일기예보 출신 강현민, 16년만에 솔로 앨범 `리플렉티브` 발표
`하늘이 이토록 푸르른 날에/ 마음엔 온통 비가내리고/ 세상은 모두 웃고 있는데/ 내 눈엔 왠지 모를 눈물만 왜….`(`캔트 컨트롤`)
싱어송라이터 강현민(48)은 16년 만에 발표한 솔로 앨범 `리플렉티브`(Reflective)에서 `캔트 컨트롤`(Can`t Control)이란 곡이 자신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했다. `리플렉티브`란 제목을 붙인 것도 거울 앞에 서듯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삐뚤어진 시기가 마흔 넘어온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제어를 못 하겠어요. 하하.”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선 강현민은 마치 술자리 친구에게 얘기하듯 이런 토로부터 했다.
그는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들수록 염세적이고 냉소적이 되면서도 이상이 높아지더라. 그래서 내 앨범을 내는데 1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1989년 강변가요제와 1991년 유재하가요제에서 입상해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93년 그룹 일기예보로 정식 데뷔해 `인형의 꿈`을 크게 히트시켰다. “그대 먼 곳만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로 시작되는 `인형의 꿈`은 슬픈 짝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가사와 담백한 보컬로 세월을 넘어 리메이크되고 있는 명곡이다.
2001년 첫 솔로 앨범 `시`(She)를 냈지만 2003년 그룹 러브홀릭을 결성했고 이문세, 박혜경, 이소라, 이기찬, 신효범, 성시경, 거미 등 수많은 가수의 곡을 작곡하고 프로듀싱했다. 현재는 뮤지컬 배우 겸 가수 허규가 보컬인 밴드 브릭을 이끌고있다.
자신의 앨범은 몇 차례 시도했지만 계속 미뤄졌다.
“음악을 오래 할수록 이상이 높아지고 제가 노래한 게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일기예보 때부터 무대에서 노래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결국, 이렇게 하다가는 못 낼 것 같아 이상을 낮추고 절 받아들이기로 했죠.”
앨범에는 미발표된 자작곡 200곡 중 5곡을 추려 담았다.
타이틀곡 `추억`은 만든 지 13년 된 곡으로 `내가 꼭 부를 거야`란 마음으로 10년간 아무에게도 안 들려주고 숨겨둔 곡이라고 한다. 편안하고 소박한 강현민의 음색에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몽환적인 목소리를 더해 아련함이 살았다. 그는 5곡 중 한 곡을 제외하고는 이처럼 노래가 어둡고 우울하고 우중충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원래 어두운 음악을 좋아하고 나이가 들면서 어두운 가사도 많이 쓰게 되더라”며 “대신 브릭에서는 희망적인 노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침잠하듯 감성적인 사운드가 깔렸지만 `뮤지션들이 사랑하는 멜로디메이커`란 명성답게 멜로디의 선명함이 도드라진다. 그는 “어떤 멜로디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멜로디가 좋으면 다른 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친구들은 음악도 마치 패션처럼 사운드 느낌이나 아이디어로 판단하지만 난 여전히 멜로디가 강한 폴 매카트니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15년 전부터 차에서 줄곧 듣는 폴 매카트니와 라디오헤드, 에어로스미스, U2의음악처럼 절 감동시키는 건 없어요. 러브홀릭을 함께 한 이재학 씨는 요즘 음악을 좀 들으라고 하는데 요즘과 옛날 음악을 구분 짓는 건 의미가 없죠. 제가 불러 아저씨 느낌이 나도 어린 친구가 부르면 요즘 음악이 되거든요.”
다른 가수가 부른 그의 곡들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문세의 `봄바람`을 비롯해 알렉스의 `화분`, 이기찬의 `블레스 유`, 더더의 `잇츠 유`, 박혜경의 `고백`과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 이소라의 `티어스` 등이다.
그는 “항상 곡을 먼저 쓰고 가사를 붙였는데 반대로 작업한 음악이 대체로 히트했다”며 “이번 앨범에서도 새로 만든 곡은 써둔 글에 곡을 붙였다. 문화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어서 사고가 편협해 내 노래들을 들어보면 가사가 비슷한 게 많다. 영감을 내 곡에서 받나 보다”고 웃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특유의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노래가 히트하는 데 홍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방송 활동에는 난색을 표했다. 대신 “노래를더 연습해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 술도 먹으면 안 되고 담배도 안 피우고 자기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