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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韓紙)의 세계화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2-22 02:01 게재일 2016-1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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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 껍질 섬유질이 최고의 종이 재료임을 알아낸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한지에 찍어낸 불경 등 문서들이 수천 년 세월을 견디는 것을 서양인들이 알았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에 `도서병리학연구소`가 있는데 종이류 문화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고문서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낡고 헤어지니 이를 복원해서 원상을 유지한다. 이 연구소는 그동안 일본 종이를 이용해 고문서를 복원해왔다. 화지(和紙)가 세계 최고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지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평생을 빈자와 함께 살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체스코 성인이 1224년에 두 개의 기도문을 지어 양피지에 기록한 `카를롤라`를 복원하면서 그 종이를 한지로 했고, 다른 유물 5점도 한지에 복원했다. 경남 의령군 신현세(69) 한지장이 제작한 한지가 최적임을 증명하는 `인증서`까지 발급해주었다.

“종이문화재 복원용 종이는 내구성이 강하고 유연성, 접착제와의 상호 유용성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의령 한지는 모든 항목에서 탁월했다. 물에 강하고, 표면이 고르고, 광택이 없어 우수하다”란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유럽의 고문서·벽화·지도·고서화 등을 한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의령 한지에 이어 원주, 안동, 괴산, 문경, 전주, 가평 공방의 한지에 대한 인증도 이어질 것이다. 주 이탈리아 대사관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 복원종이 시장에 한지가 본격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했다. 조상의 탁월한 지혜가 막대한 유산으로 남았다.

최근 문경에서 전통 한지 전수교육관이 문을 열었다. 한지장 김상식(71) 명인은 2005년 경북 무형문화재 제23-나호로 지정됐고 조선왕조실록 복원, 고려초조대장경 복간사업 등에 그의 한지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의 유물 복원 종이로, 또 이탈리아의 의류산업계에서도 한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종이옷`을 문경 한지로 짓는 것이다. 머잖아 닥나무 단지가 곳곳에 조성될 조짐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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