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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청문회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2-19 02:01 게재일 2016-1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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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문회가 매번 헛물만 켠다. 재벌 총수들을 불러다가 대통령을 뇌물죄에 엮어보려 했지만, 온갖 회유 협박에도 재벌들이 넘어가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의원들은 호통 겁박함으로써 속풀이만 했고, 국민의 분노나 촉발시킬 발언으로 겨우 체면을 세웠다.

`세월호 7시간` 또한 그 모양이었다. 배는 기울고 학생들은 익사하고 있는 그 시간에 대통령은 성형·미용에 시간을 보냈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이끌어내려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의료인들은 말려들지 않았다.

청문회란 증인들의 말을 듣는 자리인데, 답변보다 질문시간이 훨씬 길었다. 증인이 답변하면 늘 말을 중간에 가로채면서 의원 자신의 말만 늘어놓고 호통만 쳐댔다. 그래서 “청문회란 증인의 답변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의 인기발언 시간”이란 말도 나온다.

“어느 의원이 청문회 스타인가” 그것 알아보는 자리이고, 이름 석자 신문 방송에 나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우리나라 청문회가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증인의 실토를 끌어내려면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런 증거수집 노력 없이 우격다짐 질책으로 때우려 하니 늘 헛물만 켠다.

14일 3차청문회에는 의료인 9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간 적 있느냐”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이나 주사 처치 등을 했느냐” 이런 물음에 대답은 한결같이 “그런 일 없다”였다.

그래서 건진 것 하나 없고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 망신 주기와 국민 분노 유발에 치중, 청문회의 본래 취지에 크게 어긋났다”란 평가가 나온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과 일부 세력이 허위로 의혹을 만들어낸 것”이라 했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를 하나 잡았다. 비아그라 구입명세서. 고산병 치료제인데, 일본 언론은 `대통령의 남녀관계`로 소설을 쓰며 재미 있어 했다. 국제적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일본 언론은 나라 망신시킬 보도는 결코 하지 않는데, 한국 언론은 `국격`에는 개의치 않는다. 국회든 언론이든,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한참 멀었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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