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년 만의 콘서트… “젊은세대와 동떨어지지 않은 음악 할 것”
가수 박영미(46)는 1990년대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으로 불렸다. 1989년 `제10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이젠 모두 잊고 싶어요`로 대상을 차지한 그는 당시로는 드문 솔(Soul) 창법에 폭넓은 음역대를 자랑해 `타고난 디바`란 평가를 받았다.
1990년 1집 타이틀곡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으로 인기 가도를 달린 그는 1997년 4집까지 낸 뒤 여러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수 에일리, 유성은 등에게 보컬을 가르치며 무대에서 멀어졌다.
지난해 18년 만의 앨범 `뉴 에라`(New Era)를 발표한 박영미가 17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박영미 콘서트`를 개최한다. 1997년 4집을 내고 대학로에서 단독공연을 한 지 20년 만이다.
그는 지난 공백을 아까워하면서 “다시 노래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운과 여건이 따라줬으면 좋겠다”며 “이번 공연은 다시 시작하는 자축의 의미이자 앞으로의 히스토리를 만들고자 꾸준히 공연하겠다는 다짐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배가수 양희은이 후배 뮤지션들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꾸준히 음악을 선보이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롤 모델이 생겼다고 했다. “선배님은 내게 희망이 됐다”며 “지금부터 잘한다면 선배처럼 멋있게 노래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인하대학교 창작가요 동아리 `꼬망스` 출신인 그는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의 광팬이었다. 고교 시절 방송부에서 튼 음악도 죄다 팝이었고 노래를 할 때도 머라이어캐리나 셀린 디옹이 아닌 휘트니 휴스턴의 곡으로 연습했다.
“가수가 된 게 휘트니 휴스턴 때문이에요. 그의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웠죠. 한동안은 그 소리를 따라 하려고 목을 잘못 써 무리가 가기도 했어요. 그런 톤을 갖고싶었거든요.”
그의 재능을 안 꼬망스 선배들의 도움으로 1988년 대학 1학년 때 처음 도전한 `강변가요제`에선 탈락했다. 이듬해 오문경 작곡의 `이젠 모두 잊고 싶어요`로 대상을 받으며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너무 일찍 큰 상을 탄 게 독이 됐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대학생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주목받은 거죠. 기초를 탄탄하게 닦으며 음악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가요계의 어려움도 전혀 몰랐어요. 세상을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시작했다면 좀 더 잘 헤쳐나갔을 것 같아요. 불혹이 넘으니 비로소 조금씩 아는 것 같아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1부는 1990년대, 2부는 2000년대로 나눠 앨범 연도대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선곡을 할 예정이다.
공연 소식에 신석철(드럼), 민재현(베이스), 이성렬(기타), 더클래식의 박용준(건반) 등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한창 바쁜 연말 시간을 쪼갰다. 2012년 그가 혼성그룹 포레스트로 잠시 활동할 당시 멤버이던 강성민이 총괄 음악 감독 겸 코러스로 힘을 보탰다. 친한 선배인 박학기는 스케줄을 조정해 게스트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함께 해줘 힘이 난다”며 자신의 음악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솔을 베이스로 한 팝이 제게 맞는 옷 같아요. `이젠 잊고 싶어요` 같은 노래는 어렵게 들리지만 편안하게 부를 수 있거든요. 사실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은 쉽게 들리지만 부르기 어려운 노래예요.”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의 작곡가 김성호 편에서는 남성듀오 옴므가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을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박영미는 “김성호 작곡가의 히트곡이 대단히 많은데 이 곡이 불려 감사하다”며 “옴므의 가창력이 좋아 애절한 느낌이 더욱 깊어졌고 3박자로 편곡해 색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후반부 새로운 멜로디를 가미해 대곡 스타일로 훌륭하게 완성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보컬을 가르친 에일리도 기술과 감정적인 측면을 모두 겸비해 놀랐는데 요즘 후배들이 정말 대단해 이젠 놀랍지도 않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들 젊은 세대와도 동떨어지지 않은 음악을 할 것”이라며 4집부터 작사·작곡을 해온 만큼 자작곡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예능이 중요해진 업계 구조는 낯설지만 노래할 수 있는 방송에는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