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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탄핵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2-12 02:01 게재일 2016-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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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은 본회의 보고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국회법의 규정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시간끌기 작전`을 폈다. 3월 9일 오후 6시 27분에 본회의에 상정됐으니 12일 그 시간까지만 버티면 자동폐기된다. 여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철야했다. 그러나 12일 오전 3시 50분 야당인 한나라당의 기습에 뚫려버렸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 가결정족수가 181표인데, 한나라당은 193석이었다.

난투극이 벌어졌다. 의장석 쟁탈전에, 명패와 구두가 날아다녔다. 당시의`전투장면`은 TV 카메라에 찍혀서 한국 국회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 되었지만 외국인들은 `재미 있는 한국 국회상`을 즐겁게 감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도 명장면 중 하나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를 기습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에 가서 기각됐다. “대통령의 여당 편들기 발언이 탄핵까지 갈 만한 잘못은 아니다”했다. 이 일로 해서 한나라당은 거센 역풍을 맞았고 총선에서 소수당으로 쪼그라졌다.

그 후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졌다. 의원 간 신체적 충돌을 금지했다. 육박전이 벌어지면 국회 경위가 잡아가기로 한 것이다. 2016년 12월 9일 오후 3시.`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돌격대도 없고 육박전도 없고, 의사봉 쟁탈전도 보이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였다. 찬·반 양 진영은 서로 승리를 점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필리버스터나 의사진행발언으로 72시간을 넘기려는 `지연 작전`도 시도되지 않았다. `234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친박 중에서도 등돌린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다.

지지율 4%의 불통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지게 됐다. “정치하지 마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만고의 명언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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