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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정치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2-07 02:01 게재일 2016-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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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계 정치 상황은 “양반스러운 언어와 품위 있는 정치가 아니라 민중의 말로 민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치가가 대권을 잡는 시대”라 말할 수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러하고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가 그렇다. 두테르테는 `범죄와 전쟁`에 나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어 높은 지지를 얻어냈고 미국이 인권문제로 시비를 건다 해서 오랜 우방의 정분을 깨고 중국에 붙어버렸다. 트럼프는 실업자가 많은 서민동네를 주로 공략해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어 몰표를 얻었다.

`촛불정국`에서 제일 재미를 본 사람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네티즌들은 그를 `사이다`라 부른다. 사이버언어에서 사이다는“속 시원하다”란 뜻이다. 그 반대어는 `고구마`인데 텁텁하게 걸려서 시원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이재명 사이에 요즘 `사이다·고구마 논쟁`이 뜨겁다.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요구를 대변, 사람들에게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 것이 `인기 급상승`의 원인이다.

위기감을 느낀 문재인 측은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그러나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나는 든든한 사람”이라 했고, 이재명측 은 “배가 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사이다로 목을 축인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된다” 했다.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먼저 사이다를 마시고 나중에 고구마를 먹자란 말은 “내가 먼저 대통령을 하고, 다음에 당신이 하시오”란 뜻이 행간(行間)에 숨어 있다. `최순실 정국`이 시작되자 이 시장은 고지를 선점했다. 제일 먼저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쳤다. 그의 화끈한 발언이 오늘날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2%에 머물던 그의 지지도는 지금 15.7%로 치솟았고, 반기문 17.3%, 문재인 17.1%에 이어 당당 3위로 올라섰다. 특히 `서울에서` `20대` `화이트칼라층`에서 그는 문 전 대표와 반 유엔 사무총장을 훨씬 앞섰다.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둘 사이의 육박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조짐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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