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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逆說)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30 02:01 게재일 2016-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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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이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나갈 때였다. 한 멍청한 사람이 앞을 가로막고 대왕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전쟁하러 간다” “왜 전쟁을 하십니까?” “평화를 얻기 위함이다” 그렇게 대답하고 대왕은 행군을 계속했다. 바보는 연방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 참 이상하네. 평화를 얻는다면서 전쟁을 하다니”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정복왕의 머리는 바보보다 못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풍자했다.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제국에 유명한 대왕이 있었다.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이다. 그는 고고학자였고, 정치에는 뜻이 없었으나, 부왕이 일찍 죽고 형조차 요절하자 등 떠밀려 왕이 되었다. 어느날 대왕은 교도소를 순시했다. 감방을 순회하자 죄수들이 몰려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남이 지은 죄를 내가 뒤집어썼습니다” “가벼운 죄를 지었는데 무거운 형벌을 받았습니다” 모든 죄수들이 그렇게 하소연하는데, 한 죄수만은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대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억울한 점이 없느냐?” “예, 저는 죄인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남의 감자 두 개를 훔쳐 먹었습니다.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들은 대왕은 교도소장을 보고 버럭 화를 냈다. “소장은 도대체 뭣하는 인간이냐. 저런 나쁜 놈을 교도소에 가두어두다니,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물들지 않느냐. 당장 저 죄인을 이 감방에서 쫓아내지 못하겠느냐!” 그 죄수는 그날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고령군 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 공무원 9명이 전북 부안군 한 리조트에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선진의회 구현을 위한 연수를 받는 것은 좋은데, 연수를 마친 후 주관사로부터 멸치세트를 선물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합법성 여부에 대해 법리를 따져봐야 할 일이고, 불법성 여부를 떠나 `연수 잘받고 선물까지 받은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하냐는 것이다. 김영란법 강의를 듣고 김영란법에 문제될 일을 한 것도 역설적이다. 교육을 받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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