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제국에 유명한 대왕이 있었다.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이다. 그는 고고학자였고, 정치에는 뜻이 없었으나, 부왕이 일찍 죽고 형조차 요절하자 등 떠밀려 왕이 되었다. 어느날 대왕은 교도소를 순시했다. 감방을 순회하자 죄수들이 몰려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남이 지은 죄를 내가 뒤집어썼습니다” “가벼운 죄를 지었는데 무거운 형벌을 받았습니다” 모든 죄수들이 그렇게 하소연하는데, 한 죄수만은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대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억울한 점이 없느냐?” “예, 저는 죄인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남의 감자 두 개를 훔쳐 먹었습니다.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들은 대왕은 교도소장을 보고 버럭 화를 냈다. “소장은 도대체 뭣하는 인간이냐. 저런 나쁜 놈을 교도소에 가두어두다니,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물들지 않느냐. 당장 저 죄인을 이 감방에서 쫓아내지 못하겠느냐!” 그 죄수는 그날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고령군 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 공무원 9명이 전북 부안군 한 리조트에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선진의회 구현을 위한 연수를 받는 것은 좋은데, 연수를 마친 후 주관사로부터 멸치세트를 선물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합법성 여부에 대해 법리를 따져봐야 할 일이고, 불법성 여부를 떠나 `연수 잘받고 선물까지 받은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하냐는 것이다. 김영란법 강의를 듣고 김영란법에 문제될 일을 한 것도 역설적이다. 교육을 받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