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트럼프의 화해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1-29 02:01 게재일 2016-11-29 19면
스크랩버튼
NYT(뉴욕타임스)는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의 여성 편력·세금 탈루 의혹, 고립주의 경제정책, 반 이민정책, 막말 등을 꼬집었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망해가는 신문”이라며 “반드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했다. 그는 당선 후 미국 5대 방송사 간부들을 불러 점심을 대접하면서도 “언론은 전부 거짓말쟁이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했다. 다음날 그는 NYT를 찾아갔다. 당선인 자격으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조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불행하게도 나는 NYT를 매일 봅니다. 안 봤으면 20년을 더 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런 농담으로 그는 말문을 열었고 “이 신문은 세계의 보석입니다”란 말도 했다. `망해가는 신문`이란 말은 입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았다. 그리고 힐러리의 낙선에 결정적 한 방이 됐던 `이메일 스캔들`을 두고도 “그녀를 재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사회를 분열시키는 일”이라며 “덮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의 화해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보 경선때 맹렬히 그를 비난했던 밋 롬니를 국무장관(국제정치 담당)으로 적극 검토 중이고, 대선 때는 여성비하 발언을 했지만 그를 반대했던 여성 2명을 장관이나 대사로 내정했으며 평소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흑인을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니키 해일리(44)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그녀는 인도계 갈색인종이고 대선때 “트럼프는 주지사들이 원치 않는 모든 것을 가진 대선후보”라고 비난했었다. `트럼프가 원치 않는 모든 것`을 가진 그녀를 중용한 것. 그는 또 벳시 디보스(58)를 교육부 장관에 지명했다. 그녀 또한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었다. 흑인이고 신경외과 전문의이며 정치평론가인 벤 카슨은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검토중이다. 그는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면서, 북한의 김씨 일가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던 인물. 역대 미국 지도자들의 화해 행보를 우리는 언제까지 부럽게 바라봐야 하나.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