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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리동 시절

등록일 2016-11-22 02:01 게재일 2016-11-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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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광 의
나직한 담 밑에 분(盆)을 내 놓았다

안마당이 치자 향기로 물들었다

만수국(萬水菊)은 꽃 피우지 못해도

연분홍 구름 국화는 꽃 피웠다

주황 껍질 속의 씨를 빼고는

입 안에 넣고 불던 꽈리도 심었다

지갑의 수표는 늘 술로 구겨졌고

수심(愁心)으로 보내는 어머니 눈길이

살고 싶은 세월을 등지고 누워 있었다

필자의 젊은 시절 대구의 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써온 시인을 뵌 적이 있다. 품이 너그럽고 따스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기행(奇行)으로 유명한 재미난 선배 시인이다.

술을 좋아하시고 풍류를 즐기신 선생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골목 안 울밑에 혹은 화분에 각종 꽃은 곱게 피어오르는데 그 곁에는 평생 한량으로 살아가는 아들 걱정을 하는 노모가 있다. 참 재밌고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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