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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고 난 후

등록일 2016-11-18 02:01 게재일 2016-11-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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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영 수필가
여름을 건너온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마로니에 공원도 가을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벤치에 앉아 코끝에 닿는 바람의 상큼함을 느낀다. 젊은 청년들이 다가와 연극표를 건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한바탕 웃을 수 있다는 기대에 표를 샀다.

`죽여주는….`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연극이 기대된다. 기다리는 사람들 옆에 줄을 섰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부모들도 몇몇 보인다. 자녀와 함께 연극을 보며 주말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부모와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교육이다.

여섯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 옆에 앉았다. 연극은 관객 참여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아이와 부모들은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는데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무대 위에는 TV에서도 모자이크 처리되어 보여지는 장면과 죽음에 대한 소재가 이야기되어지고 있다. 배우들의 과감한 표현들로 관객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반전을 준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폭력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같이 웃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인가? 연극내용을 극화시키고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서 선택된 소재로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객석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유독 나 혼자만인가? 아이들은 이 연극을 보고나서 죽음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면 어쩌나?

연극을 마치고 배우들에게 어떤 의도로 표현을 했는지, 폭력적인 장면의 심각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았느냐고 질문을 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어느 누구도 기획의도를 모르고 있었고 단순히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고 돈벌이로 연극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TV를 사지 않는 경우와 거실을 서재로 꾸민 지인들도 있다. 거실을 서재로 꾸며 놓고 자녀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TV를 생활환경에서 배제 시키는 것은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화면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TV 프로나 대중매체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표현할 때 박진감 넘치면서 세부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TV 시청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습득해지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 폭력적인 화면을 바라보면서 공포감에 대해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폭력을 인식할 수도 있다. 시청한 내용을 습득하여 흉내 내거나 주인공 등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은 그런 무의식적 습득에 의한 심각성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 시기에 습득한 것들이 가치관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함께 나들이 나온 부모들도 나처럼 제목에 호기심이 자극했거나 출연하는 배우 몇 사람 때문에 이 연극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이들과의 함께 웃는 시간이 좋아서 그냥 있었을까? 연극을 보면서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인격형성 발달의 중요한 시기가 유아기이기 때문이다. 유아기에는 호기심도 많고 자기중심적 관점으로 사물과 상황을 판단 한다. 그렇기에 작품에 등급심의가 있다. 하지만 연극작품에서는 너무도 관대한 것 같다. 영상물들은 등급심의가 있어서 나이제한이 있다. 나이별로 관람 가능한 등급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나 내용으로부터 아동이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대학로 연극에는 그런 규제가 없는 듯하다. 창작의 자유가 있다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표현은 제도적으로 관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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