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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능, 불수능은 이제 그만

등록일 2016-11-17 02:01 게재일 2016-1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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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정치와 여론은 생물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생물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불허”라는 말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같이 느껴진다. 이 진리는 특히 인간에게 와서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것은 여론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최순실 국정농단 때문에 모든 것이 가려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야당 전 대표의 UN북한인권선언 기권 대북결재”가 그리고 그 전에는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이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그런데 이제 두 사건은 모두 묻히고 말았다. 정말 예측불허다.

인간사 모든 일이 예측불허 일지라도 필자는 딱 한 가지만은 예측불허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입시다. 시험, 그것도 입학시험.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도 변하지 않는다고. 문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시험 제도에 대한 집착을 우리는 언제쯤 버릴 수 있을까.

입시라고 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시험은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다. 이 나라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공부의 최종 목표가 되어 버린 수능. 그런데 문제는 목표가 잘못 설정되었기에 전술과 전략의 오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나오는 결과는 어떨까. 굳이 답을 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우리는 잘 안다.

수능이 끝날 때마다 우리는 “수능 자살”이라는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 학교, 학원의 쳇바퀴에서 문제집의 노예가 되어버린 학생들. 10대의 광활한 자유와 맞바꾼 수능. 그런 수능에서의 좌절은 분명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부디 올해는 교활한 수능의 올가미에 걸려 고통받는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없기를 바란다. 수능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 “역대 수능 History(역사)”라는 재미난 글을 보았다. 필자는 그 글에서 “물수능과 불수능”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 글은 물수능과 불수능의 역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는데 여간 신선한 자료가 아니었다. 1994년 이래 수능에서 처음으로 만점이 나온 것은 1999년 수능이며, 여기서부터 물수능의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글은 말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수능 최초 만점자는 한성과학고에 다니던 오승은 학생이었다. 수능 만점은 그 다음해 문제집 출판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명 강사들이 정리한 자료를 활자본으로 만든 문제집이 전부였다. 하지만 수능 만점자가 나오면서 대형 교육 출판사들은 활자본 문제집 대신 오승은 양이 자필로 정리한 노트들을 그대로 출판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변화였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은 무지 어렵지만, 그 다음부터는 너무 쉽다. 만점의 물꼬가 터지자, 그 다음부터 만점자가 강을 이루었다. 대표적인 것인 2001년 수능으로 수능 만점자가 무려 66명이 나왔다. 사람들은 이런 수능을 두고 물수능이라고 불렀다. 물수능이 있으면 불수능도 있다. 워낙 어려워서 시험을 치다가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을 불수능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66명의 만점자가 나온 바로 다음 해인 2002년 수능이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문제가 워낙 어려워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이미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난이도 조절 실패와 복수정답 등 이 나라 수능도 마찬가지다. 또 나라가 워낙 시끄러워 올 수능 수험들은 예년만큼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되었든 올 수능에서는 더 이상 물수능, 불수능, 복수정답 따위의 예측불허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수험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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