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라우갤러리 20일까지 <bR>이기성, 존재·비존재 사이 생명력 표현 <bR>펜델리오, 동심속에 그려진 현재 세계
경주 예술의전당 지하 1층에 자리한 라우갤러리는 다음달 20일까지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새로운 의미와 가능성을 찾는 한국과 프랑스의 중견 현대 미술가 2명의 초대 개인전을 연다.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인 이기성 작가는 건축용 철이나 광물 등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그라인딩(분쇄)해 선과 점 등의 효과를 살려 그 느낌이 동양화의 여백처럼, 회화와 또 다른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작업을 한다. 철가루를 입혀 철판처럼 만든 패녈 위에 흩뿌려진 철가루들은 자석을 대고 움직여 마치 호수의 물결이나 무한한 우주의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 제목 `위딘 빙 (Within Being)`에서처럼 작품이 벽에 걸려 조명을 받았을 때 주는 빛의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시원인 우주로 시선을 확대하고, 존재와 비존재에서 생명력의 의미를 추출해낸다.
프랑스의 중견 작가 크리스찬 펜델리오의 작품은 그가 꿈꾸는 현재의 세계를 표현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순수의 세계는 동심(童心)에 닿아 있으나 그저 꿈만으로, 꿈꾸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 현실감을 갖고 있다. 머리가 크고 목이 긴 인물의 반복은 흡사 어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의 엉뚱함과 비대칭을 닮았다. 아이들이 보는 세계, 인물의 가장 큰 특징을 보이는 대로 그린 것이다. 그러나 펜델리오는 모든 사물과 이야기를 한 눈에 보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아이들의 제한된 시각과 과장된 생각들을 옮겨 놓는다.
크리스찬 피델리오는“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왜소해지는 인간들의 존재와 너무 많은 생각으로 무거워진 우리들의 머리를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심각해지고 무거운 관객들의 절망을 원하지 않는다. 동화적 이미지의 차용은 그런 그의 바람이다.
표정의 밝음, 별과 물고기의 유희, 그리고 땅보다 우리가 속한 세상보다 더 큰 모습으로 날개달임 물고기를 잡는 아이. 그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현실의 답답함과 우울로부터 진정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은 화려한 가식이 아니라 소박한 진실임을 말하고 있다.
송휘 라우갤러리 관장은 “크리스찬 피델리오의 작품들은 현대 문명의 우울함을 비판하면서도 그것이 날선 공격성이 아니라 과거와 동화적 순수성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진지함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