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에서는 중앙상가에 스크린경륜장 입점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굳이 이 지면에서까지 이에 대한 찬반 양측의 입장을 다시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 시장이란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을 의미하는데, 중앙상가도 구매자(수요자)와 판매자(공급자)간에 재화거래가 발생하는 재래시장의 하나다. 이 중앙상가에 플러스의 경제효과가 창출되려면 무엇보다 거래 활성화가 필수적인데 현재의 중앙상가는 거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현재 중앙상가는 음식료품과 의류패션 2가지의 판매비중이 높고 대부분의 유동인구가 젊은 층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3년 시점의 경상북도 거주자의 소비행태 조사결과는 비록 3년전 수치이기는 하지만, 현재 포항시 구매자의 소비행태와 큰 차는 없다고 보여 이를 거래 부진요인 분석에 활용해 보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식료품의 경우 29세 이하 연령층의 87.2%가 슈퍼나 대형할인마트(슈퍼 41.9%, 대형할인마트 36.4%, 편의점 8.9%)를 이용해 구매하고 있는 반면 재래시장 이용률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류신발의 경우에도 재래시장 이용률은 고작 2.8% 수준에 머물렀다(백화점 등 전문점 37.2%, 온라인쇼핑몰 34.9%, 대형할인마트 9.7%).
그런데 이와 같은 소비행태의 변화는 국내 소비자의 소비행태 변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례로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몰 연간 매출액은 53조8천883억원에 이른다. 또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는 품목도 의류패션부터 스포츠레저용품, 화장품, 아동유아용품, 생활자동차용품, 음식료품은 물론 농축수산물과 여행예약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이들 총 8대 품목이 전체 쇼핑몰 매출의 73.7%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15년간 급성장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음식료품으로 2001년에 비해 60.5배나 늘어났고, 의류패션상품은 48.1배, 화장품은 43.9배가 확대됐으며 가장 낮은 성장을 보인 농축수산물도 14.1배, 스포츠레저용품이 23.8배 정도 증가했다.
결국 중앙상가의 거래 부진은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발달한 정보통신기술과 소비자들의 안방쇼핑 증가라는 소비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결국 중앙상가의 의류패션매장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실제 소비자를 구성하는 유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교생 등 구매력이 낮은 소비계층이라는 점 등도 상가경기 부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포항의 대표적인 상가 중 하나인 중앙상가의 회생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유동인구의 소득, 연령, 소비행태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토대로 상가의 공동번영을 위한 프로젝트를 세밀하게 추진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현재 포항시가 추진 중인 문화도시 포항 프로젝트를 통한 중앙상가 활성화도 좀 더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접근해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지난 스크린경륜장 유치 공방이 먼 미래에 가서 포항과 중앙상가의 발전에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지,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지 아직은 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논란은 비단 중앙상가만의 문제가 아닌 포항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야기될 수 있다. 그때 마다 일일이 찬반 논란 등으로 시민사회의 갈등을 야기하는 사회적비용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단편적인 경제 및 사회적 효과에 앞서 보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도시전체의 발전과 균형을 이루기 위한 큰 그림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큰 그림의 밑바탕을 마련한 다음 하나씩 정교하게 색칠해 나갈 세부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 지역의 발전에는 기업 유치도,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의사결정 능력과 협의 구조가 특히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