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냄을 거두고 욕심을 막아라.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하라. 이것이 인생의 큰 방비요 마음 공부의 큰 사업이라”하는 글귀이다. 몇 번씩 보기만 할 뿐 나의 실천행이 안 되다 보니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성냄, 욕심, 말조심, 음식절제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인생살이에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다. 이러한 실천의 덕목은 우리에게 적당한 삶의 여유와 심리적 평화를 만들어주는 자양제인 것이다.
공자께서는 `위령공편`에 위의 내용과 세밀하게 덪붙이듯 말하고 있다. 자장(子張)이 세상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묻자 “말이 성실하며 신의가 있으며 행동이 돈독하여 공경스러워야 하며 비록 오랑캐의 나라에서도 살아갈 수 있고 말이 성실하지 못하여 신의가 없고 행동이 돈독하지 못하고 공경스럽지 못하면 비록 고향이라 할지라도 살아갈수 있겠느냐”하셨다. 이것이 `언충신행독경`이다.
믿음과 행실은 수레바퀴의 두 축이며 세상을 건져올리는 영약인 것이다. 믿음은 가치관 종교 사람 등에 대한 진리를 받아들이는 개인적 심리상태이며 신념과 신앙, 신심 즉 믿는 마음인 것이다. 나의 예술행위도 나의 완전한 믿음의 실천행이다. 나의 믿음은 나의 생각이 되고 생각은 말이 되고 내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내 가치가 된다. 곧 “나의 가치는 내 운명이다”라고 한 간디의 절규가 들린다.
信은 사람의 말을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말 자체가 약속이다. 그것이 곧 사람의 도리이며 예이지만 세상을 지탱하는 것에 상당 부분이 빈말(虛言)이라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행동에 대해서는 돈독과 공경을 머리 위에 놓았다. 독실한 행동은 몸을 삼가할 줄 아는 지혜인 것이다. 공경이라는 자체가 가끔은 굴종일 때도 있지만 굴종은 치욕이다. 도덕은 어디론가 이주해 버린 요즘 같은 험한 세상에 누군가를 존경과 공경의 대상으로 모시고 살 수 있다면 이것 또한 가이없는 무량대복이다.
살다보면 말이 그저 의미없는 말일 때도 많다. 말은 하지 않았을 때가 힘이며 때에 맞는 적합한 말은 힘이며 약이고 세간의 나침반이다. 그러나 말을 통해 자신을 다시 담금질 할 수 있다. 말은 말을 뛰어넘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말을 통한 자기생활의 실현과 자기화(自己化)에 독실한 행동에 매진해야 한다.
말로서 바위를 고개 숙일 수는 있어도 뭇 인간들의 스승이 될 수 없다. 가르치고 사는 일이 직업이 되다 보니 말을 통한 자신의 삶이 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늘 무겁고 많이 부끄러워진다.
뜨거운 여름 태양볕 아래 잘못된 생각을 말리고 입을 다물어야 겠다. 내가 말하고도 실천하지 못한 아픈 말들과 어설픈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한여름밤이 속절없이 아프게만 깊어간다.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