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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시원 로커, 음악으로 힐링 주고파”

연합뉴스
등록일 2016-07-12 02:01 게재일 2016-07-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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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 14집 `크렘 드 라 크렘` 발표<BR>“14개 트랙 `일류` 뮤지션들과 협업”

“제가 이러고 살아요.”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68)는 최근 신촌 자택 인근에서 인터뷰하다가 “초등학생 딸 양호를 `픽 업`하러 가야 한다”며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이틀 전 옥사나(부인)가 갑자기 걷기 어렵다고 해 발목 수술을 받았어요. 병원에 있는 마누라 챙기랴, 밥하고 양호 숙제 봐주랴, 진짜 싱글 파파입니다. 나 홀로 아빠요.”

30분이 지나 양호 손을 잡고 돌아온 그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내가 이 와중에 앨범을 냈다”며 `크하하` 웃었다.

지난해 40주년 기념 앨범을 낸 한대수가 1년 만에 또 한 장의 앨범을 내밀었다.

정규 앨범으로는 10년 만으로, 14집이다.

제목은 `크렘 드 라 크렘`(CREME DE LA CREME). 프랑스어로 `일류 중의 일류`, `최고 중의 최고`란 뜻이다. 14개 트랙은 말 그대로 `일류`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기타리스트 한상원·신윤철, 아코디언 거장 심성락,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피아니스트 이우창, 드러머 남궁연,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하찌와 TJ의 하찌 등 한대수와 교감한 뮤지션들이 그의 과거 곡을 재해석해 함께 노래하거나 연주했다.

한대수는 “나이 일흔이 다돼 앨범 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뮤지션은 저 세상가면 남는 게 앨범뿐이다. 늘 마지막 앨범이라 생각하고 낸다”고 웃었다.

“1월 초 레이블 오디오가이에서 앨범 제안이 왔어요. 딱 그 주에 저보다 한 살 많은 데이비드 보위가 세상을 떠났죠. 명성과 돈, 다 필요 없어요. 남는 건 앨범이죠. 보위를 보면서 `앨범을 작업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심플하게 편곡됐다. 한대수의 걸쭉한 목소리와 연주의 앙상블이 오롯이 들릴 정도로 음과 음 사이의 여유로운 공간감이 느껴진다. 성대를 거칠게 긁는 한대수의 탁성도, 수려하게 미끄러지는 날렵한 연주도 컴퓨터의 힘에 기대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담았다. 이 소리를 최적으로 구현하고자 독일에서 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오스트리아에서 CD를 생산했다.

한대수는 “요즘 음악은 컴퓨터로 소리를 때려넣으니 귀가 버거울 정도”라며 “반대로 심플하게 편곡해 최고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 이상한 범죄가 난무하고 현대인들이 참 세상 살기 힘들지 않나. 음악으로 힐링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참여 음악인들이 선곡한 노래들은 비교적 덜 알려진 그의 과거 곡들이 다수여서 참신하다. 멜로디 라인이 강하고 지금 내놓아도 손색없다.

타이틀곡은 한대수의 4집 곡 `아무리 봐도 안 보여`로, 가장 오랜 음악 동반자인 이우창이 편곡하고 연주했다. 원곡에서 양희은이 맡았던 코러스는 최고은이 담당했다.

“20살 때 만난 여자와 40살에 이혼하고 삶이 공허할 때 쓴 곡이에요. 나의 안팎을 다 알던 여인과 헤어지니 인생 목적이 없어지고 길을 잃었죠. 희망이 없는 고독한 삶이었어요.”

신윤철이 기타를 연주한 `사랑인지?`는 1974년 1집 곡으로 40여 년 만에 다시 불렀다.

그는 “20대에 부른 걸 일흔 살이 다 돼 다시 노래했다”며 “노래를 부르는데 숨이 찼지만 그대로가 좋았다. 내 목소리 차이와 가수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목경은 “고교 시절 1집의 `하룻밤`을 듣고 감동해 음악의 길로 가게 됐다”며 이 곡을 온전히 연주하고 노래했다.

한대수가 “보통 여자가 아니다”고 극찬한 최고은, 한대수의 `절친`인 캐나다 포크 가수 피터 제임스, 한대수의 경남중학교 선배인 심성락 등은 앨범 감상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귀를 확 당기는 트랙은 역시 한상원과 작업해 레게 버전과 펑크록 버전으로 실은 `고무신`이다. 한대수의 즉흥적인 애드리브가 감칠맛을 살렸다.

“상원아 기타 좀 땡겨라, 기타 소리 좋다 (중략) 우리 엄마 병원에 누워 있는데 만수무강하소서, 나도 만수무강하고, 자 상원아 기타 좀 더 땡겨라~.”

앨범 재킷 첫 페이지에는 16살의 한대수와 어머니 박정자 씨의 사진이 눈에 띈다. 이때는 서울대 공대생이던 아버지가 미국으로 유학 가 실종된 상태였다.

그는 “고 1때 이 사진을 찍고 뉴욕으로 갔다”며 “실종됐다가 찾은 아버지 집으로 갔다. 이후 재가를 한 어머니가 지금 요양원에 계시는데 위독하다. 어머니 사진을 넣은 건 일종의 오마주”라고 했다.

재킷 안에는 딸과 함께 찍은 사진도 담겼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여자들이란다.

그는 이어 “젊은 날 사랑하고 이별하며 참 많은 곡을 썼다”며 “비틀스의 명곡도 20대에 쓴 곡이 많듯이 스무 살에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작곡이 됐다. 음악은 힘든 내 지난 인생의 치료제였다. 그런데 이젠 고시원 같은 집에 살며 딸 키우는 `고시원의 로커`이니 곡을 쓰는 게 쉽지 않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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