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지독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나는 두만강을 넘었다.
어렸을 적 고아로 자란 나는 항상 내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줄 사람을 찾아 헤맸고, 그렇게 만난 첫번째 남편은 한없이 넓은 품으로 나를 감싸주었다.
그러나 내가 다리를 다쳐 일할 수 없게 되자 남편은 술독에 빠져 사는 날이 많아졌고, 술에 취한 날이면 어김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술만 마시면 행패를 피우고 나를 폭행하는 남편과 지옥의 땅에서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북한에서 겪었던 아픔으로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낯선 중국 땅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곳에서 나보다 10살 많은 남편과 다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남편도 다르지 않았고, 중국에서부터 행해진 폭행은 한국에 와서도 이어졌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게 죄가 된다는 것을 나는 포항에서 만난 한 경찰관을 통해 알게 됐다.
욕하고 때리는 남편을 감히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인데,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며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은 큰 죄가 된다는 경찰관의 끊임없는 설득과 상담으로 남편은 물론 나 자신도 더 많이 변해갔다.
가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예전에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은 이제 없어졌다.
혼자 구석진 곳을 찾아 숨어야만 했고, 집 밖에 나와 술에 취한 남편이 어서 빨리 잠들기만 기다렸던 수많은 날은 이제 오래전 추억이 됐다.
저를 보호해 주시는 경찰관은 요즘도 1주일에 한 번 전화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집으로 찾아오셔서 가정폭력에 대한 말씀을 해주신다.
저를 받아준 대한민국과 저와 남편을 변화시켜 준 경찰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남편의 폭력 없는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영옥·가명·포항거주 북한이탈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