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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양면성

등록일 2016-07-01 02:01 게재일 2016-07-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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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술의 역사는 대단히 오래됐다. 중국의 앙소문화(仰韶文化) 유적의 각종 토기들을 비롯해 갑골문이나 종정문에도 술과 연관된 문자가 많다. 이로보아 지금부터 6천년 이전에 술이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옳다고 보겠다.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과 별을 불가분의 관계로 보았으며 천상에 있는 별들이 사물을 조성하고 행위를 주재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인간 세상에 술이 있는 것도 하늘의 주성(酒星)이 만들었기 때문이라 믿었다.

서기 648년의 진서(晉書)에 주기성좌(酒旗星座)에 관한 기록을 보면 헌원의 별자리 오른쪽 모서리 남쪽에 있는 세별을 `주기성`이라고 하면서 연회와 음식을 주관한다고 돼 있다. 이 주기성이란 표현이 최초로 나타나는 것은 고대의 예악을 집대성한 주례(周禮)인데 약 3천년 이전이 된다.

명대(明代)에는 원숭이가 술을 만들었다는 전설로 당시의 문인 이일화는 `황산의 많은 원숭이들이 봄여름에 꽃과 과실을 채취해 돌 구덩이에 담아 술을 만들어 향기가 넘쳐나 먼 곳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대개 깊은 삼림에 사는 원숭이들이 술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 원숭이 다니는 길목에 술을 갖다 놓으면 냄새를 맡고 온 원숭이는 처음에는 핥아 먹다가 술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마구 마셔 술에 취하면 사람들에게 잡힌다.

기원전 2세기의 역사서인 `여씨춘추`에는 `의적이 술을 만들었다(儀狄作酒)`는 기록이 있으며 전한의 유향이 편술한 주나라 안왕부터 진시황 때까지 240년간의 사실을 기록했다는 전국책(戰國策)에는 `옛날 황제의 딸 의적(儀狄)이 술을 맛있게 빚어 하(夏)나라의 우왕(禹王)에게 올렸더니 우왕이 이를 맛보고 그 맛에 놀라 반드시 훗날 술로서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술을 끊고 의적을 멀리 하였다란 기록이 있다. 출토된 원시 채색토기시대의 수많은 술그릇들은 의적과 같은 시기의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삼국사에 술에 얽힌 동명성왕의 건국신화가 전해진다.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인연을 맺고자 할 때 미리 술을 준비해 취하게 한 다음 큰딸 유화와의 사이에서 후일 고구려를 세웠다는 주몽을 낳았다는 신화다.

부족국가 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행사에서는 항상 술이 있었음을 알게 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위지동이전)에서는 예와 부여, 진한, 마한 등의 여러 행사에서 술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으며, 옛 사람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 감각과 이성이 마비되어 황홀한 경지에 빠진 것을 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여겼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곡류로 이미 누룩을 빚어 술을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으며 이 기술을 백제의 인번(仁番)이란 사람이 일본에 전파하여 주신(酒神)으로 추앙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당나라 현종(712~756)때의 대서가인 장욱은 오전에 지필묵을 준비해놓고 술이 거나하게 되면 일탈의 상태에서 자유분방하게 휘갈겨 큰 초서를 썼다. 그 서체가 바로 유명한 광초(狂草)이다. 나중 회소(懷素)도 같은 유형의 초서를 써서 장전소광(張顚素狂)이라 칭해졌다. 이런 행위 모두가 술을 이용해 속세의 잡념을 없앤 후 무아의 경지에서 이룬 결과로 이 후 서체가 실용성과 예술성으로 나누어지게 된 사건이다.

`잡코리아` 통계에는 직장인들 93%가 술을 마시며 독신가구 증가에 따라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다. 술 속의 알코올은 사람의 신경계에 작용을 하여 일종의 흥분제 역할과 진정제 역할을 한다.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는 것은 알코올의 신경계 작용으로 신경 전달계에 혼선을 가져와 운동 능력을 저하시키고 균형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며칠 전 어느 섬마을의 인면수심의 여교사 집단 성범죄도 술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술은 잘 마시면 약주가 될 수 있으나 잘못 마시면 패가망신하는 독주가 된다는 것을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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