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기 모습과 생각속에 태어난 몫으로 제 인생을 산다고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를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를 통해 나를 환히 들여다 보게 되면 숱한 배움과 반성의 기회를 갖기도 한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사람은 엄숙하고 따뜻하고, 말은 언제나 명확 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중한 기품과 무게가 있고 그가 있으면 주변이 밝아지고 환해져야 하고 땅과 바다가 모두를 생육시키고 안아주듯이 만인 포용의 애정을 가지고 돈독히 쓰다듬어야 하며 전하고자 하는 말이 과장되고 분에 넘치지 않도록 간단명료하면 좋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엄숙하면 온화함이 적고 온화하면 말이 명확치 못하기도 하다. 그지없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러한 세가지를 억지로 갖추려 하는가. 자신을 찾는 아름다운 행보에 스스로 저절로 되어주길 바라면서 치열한 수행의 자세로 삶을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돌고 있는 팽이에 채찍을 가하면 더 완전성 있게 도는 것과 같이 사람의 못된 천품도 잠시만 놓아버리면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못된 회복탄력성의 속성이 있다. 우리는 흔히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스승이라 한다. 가르침을 준다고 해서 모두 스승이라 부를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 배우는 사람의 자세는 배움을 통해 새 것을 끌어내는 법을 배워서 가르치는 스승과 같이 필적 동행하는 것이며 그를 뛰어넘고자 하는 의욕도 그를 거듭 다스리는 방법이다. 나는 아침마다 마주하는 거울옆에 이렇게 써 놓았다. “옛 사람의 마음을 스승 삼을뿐 자취는 스승 삼지 않겠다”고. 그들의 필적을 흉내만 내지는 않을 것이다.
서예작품도 처음에 접하면 거칠고 질박하듯 두텁게 마르듯 당긴 획의 깊이와 중량감은 서예를 모르는 이에게는 낯설기만 하겠지만 좋은 작품은 보면 볼수록 헤어지기 싫은 귀한 사람이 주는 매력만큼이나 끌어주는 기운이 있다.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