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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과 정치생명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6-17 02:01 게재일 2016-06-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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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당선자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의`가 나오자, “전문가에게 시켜 적당한 위치를 찾도록 하겠다”고 했고, 2006년 6월 지방선거때도 `남부권 신공항` 관련 공약이 나왔다. 가덕도가 유력한 정치상황이었다. 그러나 2007년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35개 후보지 중 가덕도와 밀양으로 좁혀지자. 쟁탈전은 전쟁을 방불케 됐고, 영남권 민심이 두 쪽으로 갈라질 지경이 되자, 2011년 “두 지역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백지화시켰다.

그러나 2012년 대선국면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신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다시 불을 붙였고, 양 지역 대표자들이 모여 “어느 지역으로 결정되든 승복한다”는 결의안까지 냈지만, 올 4월 총선에서 그 약속은 깨어졌다.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사생결단으로 가덕도를 외쳤고, 밀양 지지층이 반격에 나서면서 쟁탈전은 다시 국론분열·민심이반으로 번져갔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탈락된 쪽은 민란(民)성 불복종으로 맞설 것이라 벼른다. 24일에 조사를 마치고 6월 말경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후유증은 `위기` 수준일 것이다.

남·북이 갈라지고, 영·호남 간에 금이 갔는데, 이제 또 영남권이 반쪽으로 분열되게 생겼다. 이 모든 불행이 정치인들 소행이다. 정치생명을 위해서는 반목 질시 파경도 서슴지 않는 그 잔혹한 정치생리 때문에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것이다. 신공항은 로또복권이다. 전액 국비로 건설하고, 적자가 나도 국가책임이고, 지역발전은 따놓은 당상이다. 정치인들이 한 발 더 나서는 것은 정치생명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것만 따놓으면 `선거에서 당선`은 그냥 온다. “내가 신공항을 가져왔다” 하며 마르고 닳도록 해먹을 수 있다.

프랑스 전문가팀이 용역을 맡아 객관적 평가를 내릴 예정이지만, 정치권은 `내년 말의 대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디로 결정되든 `한 쪽 표`는 날아간다. 정부여당이 그런 모험을 하겠는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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