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만든 메주로 된장을 담그고, 보리 엿기름으로 감주를 제조하고, 통밀을 간 누룩으로 술을 빚었는데, 이것이 모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얻어낸 천연발효식품이다. 껍질 째 간 밀을 물로 반죽해서 일정한 온도에 발효시켜 말리면 거기서 천연효모 `술아제비`가 생겼다. 이것은 소화제로 쓰이기도 하는데, 한약명은 `신곡`이다. 다른 나라들은 화학제품 이스트를 사용하지만, 누룩은 부드럽고 달고 구수한 맛의 천연효모이다.
누룩의 사용범위는 막걸리에서 빵으로 넘어간다. SPC그룹과 서울대는 누룩에서 찾아낸 천연효모를 이용해 서양 이스트를 쓰지 않고 빵을 대량생산하게 됐다. 천연의 맛과 깊은 풍미를 가진 `한국빵`을 제조하기까지 연구진은 11년의 세월과 160억원이란 연구비를 투자했다. 이 기술은 현재 국제 특허등록을 진행중이다. 천연효모로 만든 빵은 더 쫄깃하고 수분 보존율이 높아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막걸리에서 빵으로, 누룩은 또 한번의 역사를 기록했다.
부산 금정산성 누룩을 최고로 친다. 고지대 산성에서 수확한 밀로 빚은 누룩이라 풍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황금주 같은 고급술은 반드시 이 곳의 누룩으로 빚는다. 근래에 들어 북유럽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식당들이 한국누룩과 한국쌀을 수입해서 막걸리를 제조한다. 이 나라 출신의 따루 살미넨씨가 다리를 놓아 기술을 전수한 것이다. 그녀는 한국어에 능통하고,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막걸리 전도사`다. 발효식품이 발달한 나라는 음식선진국이다. 한국식품이 세계를 지배할 날도 멀지 않았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