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꿀 향으로 달달하다. 산이든, 길이든 숟가락을 대기만 하면 달콤한 꿀이 숟가락 가득 담겨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 자신들의 소명인 양 자신들을 아프게 한 인간들을 위해 자연은 온 힘을 다해 철마다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고 있다. 그것에 대한 고마움도 모르는 인간들은 얼마나 더 아파야 철이 들지?
그나마 철을 어기지 않고 제 할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농부들이다. 지금 과수원에 가보면 정겨운 가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 손에 들려진 사과는 농부들의 선택과 집중의 결실물이다. 과수 농사 용어 중에 적과(摘果), 즉 열매솎기가 있다. 사과나무는 보통 한 꽃 눈에서 다섯 개의 열매를 단다. 그것을 그대로 두면 모두가 제대로 된 과일로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아깝지만 농부들은 한 개만 남기고 나머지를 잘라 준다. 농부들은 한 개의 제대로 된 사과를 키우기 위해 아무리 큰 사과나무라도 모든 가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 정성이 여름과 가을로 이어져 결국 하나의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탄생한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사과는 엄청난 생존 경쟁을 뚫고 선택을 받은 결과물이다. 선택과 집중! 세상 모든 일을 사과 농사짓는 것처럼 한다면 이 나라는 분명 꿀 향 가득한 살맛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철없는 우리 사회가 `옥시와 임의 행진곡`에 발목 잡혀 할 일을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철든 농촌은 밤낮 없이 바쁘다. 과수원이 그렇고, 들판이 그렇다. 우리의 들판을 보라. 그동안 휑하던 논들에 물이 차오른 것이 보이는가. 그 물은 자연이 베푸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농부님들이 그 동안 내린 봄비를 정화수 담듯 정성껏 간직한 물이다. 농부들은 논물을 받아 놓고 논갈이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 그 논물에는 달이 수도 없이 뜨고 졌다. 그리고 계절을 건너는 바람들이 지난해의 풍년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흩날리는 꽃잎들은 찬란한 오색 단풍을 예고하였다. 우리가 먹는 밥에 윤기가 가득한 건 바로 자연과 농부의 합치된 마음 덕분이다.
비록 우리 사회는 한 점의 희망조차 내다 볼 수 없는 철없는 암흑사회이지만, 그래도 우리 농촌만은 신바람 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상과 비교해서 우리 농촌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더러운 곳에 머물더라도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라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 아닐까 싶다. 부디 지금의 오염된 정치와 사회가 우리 농촌의 신바람만은 막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필자는 지난 주 지금 우리 농촌의 신바람을 몽골에서 보고 왔다. 산자연중학교에는 해외이동수업이라는 특성화 교과가 있다.
필자는 해외이동수업을 위해 작년에 이어 5월 연휴를 이용해 몽골을 다녀왔다. 그런데 거기서 분명 보았다, 신바람 나는 몽골을. 몽골은 작년과 달랐다. 그 다름은 공항에서부터 느껴졌다.
여러 번 뚫린 우리의 공항과는 달리 꼼꼼한 검색이 필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 당황스러움은 큰 공사들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곳곳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필자는 몽골 사람들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통해 그것이 당황이 아닌 부러움임을 알았다.
일 년도 안 되어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게 변해버린 몽골! 그 이유를 현지 사람들은 7월에 있을 아셈(ASEM), 즉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ia-Europe Meeting)` 때문이라고 했다. 몽골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회의 준비에 몽골 전체가 신바람이 나있었다.
꿀 향으로 가득한 5월, 우리는 언제 몽골의 신바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신바람 넘치는 몽골이 마냥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