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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정책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02 02:01 게재일 2016-0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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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망조 든 것은 선거때문이다. 선거 한 번 지나가면 수당(手當)이 한 두개씩 붙었다. 포퓰리즘 공약 탓이다. 공직자 봉급이 자꾸 올라가니 결국 국고가 바닥나 EU자금을 빌려왔다.“저 나라 빚이 너무 많다”며 채권국들은 더 이상 꾸어주지 않고 “전에 준 돈부터 갚아라” 하니, 알짜기업도 팔고, 항구도 팔고, 유적과 신전까지 팔아도 모자란다. `구제금융`을 끌어대려 하니 “보수 낮추고 인력 줄이는 자구노력부터 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발표하자, 공직자들이 연일 데모를 한다. “집권당에 표를 주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 대드는데는 정부 여당도 할 말이 없다.

세종시 신시가지는 `공무원 거주지역`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 지역의 표는 야당에 몰렸다. 박근혜정부가 공무원 연금을 깎고, 퇴직 공무원들이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로비스트가 되는 `관피아`를 척결하고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손 보겠다” 하고, `신도 부러워할 직장`을 줄여나가겠다 하니, 이런 정책이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좋지만 공직자들에게는 `원수의 평지풍파`다. 또 국제경기가 좋지 않아 적자경영을 하는 조선, 해운, 석유, 화학 등 대기업들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 하는 정부가 달가울 리 만무하니, 울산 공단지역에서는 과거 통진당 출신 2명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런 `표 떨어지는 강수`를 내놓지 않았다. 나라 장래보다`정권`을 위해 `비정상`을 못 본 척 묵인했다. 박근혜정부가 “비정상을 고치겠다” 천명할 때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귀족노조는 수시로 시위를 벌여 “선거때 보자!”이를 갈았다. 공무원노조도“박근혜를 찍었는데, 이렇게 배신하기냐”면서 `보복`을 별러왔는데, 이번 총선에서 본때를 보였다.

그리스 꼴을 안 당하려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펴다가 총선에서 졌는데, 야당은 “대통령 사과하라” 한다. 발목잡은 야당이 사과할 일 아닌지. 훗날의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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