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여성 손님 두 분이 부동산에 관련하여 상담을 하러왔다. 상담을 마치고 나가는 손님에게 옆자리에 있던 아들이 벌떡 일어나 잘 가시라는 인사를 하니 손님이 돌아보면서 총각이 참 좋다고 했다. 뒤따라 배웅하던 내가 그럼 저 총각 중매 한번 해 보라고 되받았다. 나가다 말고 돌아선 손님이 우리도 딸이 있단다. 그럼 멀리 갈 것 없이 따님 한 번 보자고 했다. 딸은 타지에 있어 방학이라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때까지 기다릴 테니 따님이 오면 연락을 주시라고 다짐을 하고 3개월을 기다렸다.
무더운 여름날 그 손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멀리 있는 딸이 고향에 왔다며 아들과 한 번 만나 보자고 한다. 친구들과 해수욕장에 놀러간 아들을 불렀다. 땀을 뻘뻘 흘리는 아들을 데리고 약속 장소로 갔다. 그 손님은 예쁜 딸과 함께 와 있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인의 장단점이랑 미래에 대한 계획들을 물어보았다. 대답을 하는 말씨와 태도를 눈여겨보니 며느릿감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아서 둘만이 시간을 갖도록 해 주었다.
둘이서 바닷가를 한 바퀴 돌고 헤어졌다는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었다. 예쁘고 야무지고 성품도 좋은 것 같으니 한 번 더 만나 보라고, 여자는 한 번을 봐서는 모르는 거라며 채근을 했다. 손님에게 아가씨 한 번 더 보자며 연락을 하였다. 학교로 갔다며 그럼 겨울방학 때 다시 한 번 만나자고 하여 그러자고 했다.
연말이 되어 먼저 전화했다. 아직 딸이 오지 않았는데 오는 대로 연락을 하겠단다. 얼마 후에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아들과 아내를 대동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이번에는 데이트를 길게 해봐라, 짧은 시간에 여자의 소양을 다 알 수 없다. 여자는 행동과 교양과 지식이 함께 갖추어져야지 지식만 있어도 안 되고 예쁘기만 해도 안 된다. 아버지 이야기를 참고하라며 거듭 당부했다. 함께 다녀온 아내가 다 좋은데 키가 좀 작다며 아쉬워했다. 100%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 분수에 그만하면 차고 넘치는 며느릿감이라고 했다.
고흥과 포항으로 서로 근무지가 다르다 보니 견우와 직녀처럼 동서를 오가면서 일 년이 지났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교감을 한 다음 두 집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부족한 것은 서로 이해하고 상의하면서 열심히 잘 살기를 바라며 뜻을 모았다. 일가친척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혼례를 치렀다. 근무지가 달라 한 달에 한두 번 만나기도 힘든 어려움이 있었는데, 일 년 후에 며느리가 포항으로 직장을 옮길 수 있게 되어 드디어 온전한 신혼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며느리가 포항으로 옮겨오자 금세 손자가 태어났다. 아내가 애지중지 그 손자를 키웠다. 연달아 또 손자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는 복덩이가 셋이나 덩굴째 굴러들어 왔다며 행복감에 힘든 줄을 몰랐다.
며느리 역시 요즈음 젊은 사람 같지 않게 효도를 잘한다. 고등학교 교사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을 해서 힘들고 피곤한 중에도 매일 양가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거르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며느리를 늘 고마워하면서 가족의 기념일 때마다 혼자서 음식을 준비해 두 집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그러다 보니 사돈끼리 한 달이 멀다하고 만나게 된다.
멀고도 가까운 게 사돈지간이라지만, 이제는 친구처럼 가족처럼 부담과 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기독교인이라 인연이라는 걸 특별히 믿지는 않지만, 하나님의 과분한 은총으로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