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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계약` 대타로 나왔다 안타 `쾅`

연합뉴스
등록일 2016-04-25 02:01 게재일 2016-04-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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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연출·새로운 연기 `성공`<BR>대본의 힘… 시청률 20% 넘겨

스토리는 멋 부리지 않고 정직하다. 연출은 깔끔하고 담백하며, 배우들의 연기는 새롭고 조화롭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긴급 땜질용` 대타 편성이었는데 시원하게 안타를 쳐버렸다.

24일 종영한 MBC TV 주말극 `결혼계약`이 규칙과 예상을 벗어난 의외성으로 이 봄 방송가에 화제가 됐다. 기습적으로 안방극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이 드라마 때문에 주말 밤마다 눈물바다에 빠진 `관객`들은 20%가 넘는 시청률로 화답했다.

◇ 낡은 신파 멜로를 새롭게 만들다

출신 성분에 아픔이 있는 재벌 2세와 실제로 몸이 아픈 싱글맘이 돈 때문에 얽혔다가 진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낡아도 너무 낡았다. 하지만 `결혼계약`은 그 낡은 이야기를 또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설정과 구성은 너무 익숙하고, 스토리는 시청자가 예상하는 대로 어김없이 흘러갔다. 그런데 이게 희한하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대본의 힘이다.

`세상 끝까지` `비밀` `현정아 사랑해`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등을 통해 트렌디한 멜로, 선악의 대비가 선명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을 과시했던 정유경 작가는 한동안의 슬럼프를 딛고 `결혼계약`을 통해 저력을 다시 드러냈다.

익숙한 신파지만 질척대거나 늘어지지 않고, 2016년의 화법과 속도감에 맞게 산뜻하고 정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 정 작가의 대본은 이 뻔한 `눈물 철철` 사랑 이야기에 또다시 시청자가 빠져들게 만들었다.

김진민 PD의 연출도 일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화면, 여백과 쉼표를 살리는 호흡이 깨끗하고 모던하다.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영화같은 장면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었는데, 그 덕에 낡은 신파가 새옷을 입었다.

매회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절절하고 애끊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드라마는 주저앉아 통곡하는 대신 슬픔을 최대한 꾹꾹 눌러담으며 여운을 배가했다.

연출자가 신파의 늪에 매몰되지 않고 절제의 미를 추구한 것이 주효했다.

◇ 진심 담은 유이의 성장·솔직한 이서진의 매력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도 훌륭한데, 특히 유이의 성장이 놀랍다.

`오작교 형제들` `황금무지개` `호구의 사랑` `상류사회`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해온 유이는 `결혼계약`에서 드디어 배우의 대열에 들어선 듯하다.

어린 딸을 두고 죽을 날을 받아둔 가난한 싱글맘 강혜수를 연기하는 것은 전형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기도 쉽고, 겉도는 느낌을 주기도 십상이다.

그러나 아이돌 출신의 이 스물여덟살 배우는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이해하기도 힘들었을 강혜수 캐릭터를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그 마음이 화면에 고스란히 투영돼 시청자를 움직였다.

강혜수를 그려내고자 하는 유이의 노력과 간절함은 다채로운 눈물 연기를 통해 매회 확인됐고, 그가 실어나르는 슬픔의 감정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시청자에게 날아왔다.

이서진은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 한지훈을 맡아 살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툴툴대는 것 같지만 속이 깊고 여린 한지훈의 모습은 자연스러웠고, 그 덕에 17살이나 어린 유이와의 호흡이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여기에 강혜수의 딸 은성이의 사랑스러움이 극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은성이를 연기하는 7세 꼬마배우 신린아의 깜찍한 연기가 유이와 이서진의 앙상블을 도왔다.

`결혼계약`은 이병훈 PD의 사극 대작 `옥중화`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MBC가 급하게 처방한 `땜질 편성`이다. 하지만 대본, 연출, 연기의 삼박자가 아름답게 맞아들어가면서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마법을 발휘하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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