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충격적인 장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참담한 심정인데, 언론까지 거들어서 더 가슴 아프게 만들어서 안된다”는 자율성이 발휘된 것이었다. 국민들의 심정도 같았다. “나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남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안된다”며 자제력을 발휘했다. 일본인들은 평소 “남에게 신세지지 말라” “남에게 피해를 입혔거든 반드시 사과하라”는 덕목을 가슴에 새긴다. 그래서 그들은 “도조, 스미마생!”을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산다.
일본인의 국기(國技) 스모(씨름)는 `밀어내기 경기`다. 섬나라에서 `국토 밖으로` 밀려나면 바로 죽음이다. 밀려나지 않고 한 묶음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려면 `한 마음으로 단결`해야 한다. 이것이 일본인의 국민정신이다. 일본에서는 평균 3년에 한 번씩 대규모 지진이 오고, 때로는 1년에 두 번씩 터지기도 한다. 태평양의 섬들은 산호초들이 자라서 이뤄진 것도 있고, 화산이 터져서 만들어진 섬도 있는데, 일본땅은 화산섬이다. 땅속에 광범하게 형성된 마그마가 항상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여름에는 남태평양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태풍의 길목에 앉아 있는 섬이다. `사람 살 곳 못 되는 땅`에 사는 일본인들은 늘 대륙을 향해 나아가려는 성향을 가지게 됐다.
이번 규슈지방을 덮친 악성 지진속에서 일본인은 철저한 질서의식을 보였다. 자제력을 발휘하고, 정부를 원망하지도 않고, 좀 더 얻어내겠다고 앙탈하지도 않고, 하루에 죽 한 그릇으로 버티면서도 남을 배려한다. 역시 일본인은 성숙된 선진국민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