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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증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4-18 02:01 게재일 2016-04-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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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사귀는 총각을 집에 데려와 부모에게 선보였다. 남자친구가 떠난 후 부모는 딸을 앉혀 놓고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사람이 인물도 좋고 예의도 바르더구나. 무슨 결함은 없냐?” “한때 바람도 피웠다네요” “남자가 한 두번 바람피울 수 있지” “집에서 성매매 업소를 한다네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 “폭력으로 감옥살이도 했다던데요” “남자가 씩씩한 면이 있어야지” “사기성도 있던데요” “남자가 우산과 거짓말은 필수품이지” “뽕도 하던데요” “담배나 마약이나 다 기호품 아니냐” “삼촌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던데요” “뭣이라? 정치꾼 친척 있다고?” “예” “안돼! 당장 치워!” “정치가 그리 나쁜가요?” “마약중독은 치료가 되지만, 권력중독은 약도 없다” “친척이 정치하는데요?” “다른 것은 다 용서돼도 정치꾼 집안과 혈연을 맺을 수는 없다. 결코!”

극심한 정치혐오를 표현한 미국 유머 한토막이다.

이번 20대 총선은 극도의 정치혐오증과 정치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투표율이 저조할까봐 정부는 맹렬히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야당의 경제활성화법안 발목잡기도 용서할 수 있고, 당이 갈라져도 그냥 보아넘길 수 있어도, 여당이 파를 갈라 세력다툼을 하는 꼴은 볼 수 없다 해서 국민이 이번에 정치판을 뒤흔들어버렸다.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선거풍토 때문에 여당은 계파끼리 공천전쟁을 벌였고, 유권자의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당은 12년간 태평성대를 누리는 동안 오만과 무사안일이 뼛속 깊이 자리잡았다. 뒤늦게 아차! 하고 길바닥에 무릎 꿇고 사죄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국민은 용서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도 불법당선자를 삼엄하게 심판할 기세다. 특히 터무니 없는 소문을 만들어 상대를 흠집 낸 흑색선전자들이 이번에는 유난히 많았다. 부장검사가 진두지휘하고, 법원은 4개월만에 당선무효를 선고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사범은 으레 질질 끌다가 4년 임기 마칠 즈음에 유죄 선고하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없다. 불법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는 정치혐오증을 치유할 길이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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