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멕시코의 자존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4-08 02:01 게재일 2016-04-08 19면
스크랩버튼
16세기 스페인이 중남미 전역을 정벌할때 멕시코 또한 식민지가 됐다. 1824년 독립했으나 가톨릭과 스페인어라는 `정신유산`은 그대로 남아 있다.

19세기에는 국토의 절반을 미국에 넘겨주는데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그것이다. 그래도 인구는 1억명이 넘고 넓이는 한반도의 8.8배나 된다.

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1905년 한국인 1천여 명이 멕시코 사탕수수농장으로 농업이민을 간 것이 `첫 인연`이고, 6·25때는 35만 달러 상당의 곡물과 의약품을 보내주었다.

멕시코는 대단한 문화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199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옥타비오 파스`의 나라이기 때문. 1988년 4월 19일 84세로 생을 마친 그는 인도 대사를 지내는 동안 다양한 동양문화를 공부했다. 불교, 힌두교, 노자, 장자, 유교, 일본의 하이쿠(짧은 시) 등에 심취했다. 1968년 멕시코에서 내전이 일어났을때 정부군이 독립운동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을 보고 그는 분연히 대사직을 버리고 프랑스로 건너가 초현실주의와 실존주의에 접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수로 지냈다. 여기서 그는 그가 습득한 모든 문화적 자산을 우려낸 시를 발표했고, 마침내 조국에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6박 8일간의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FTA 등 경제외교가 목적이었지만 관심의 초점은 `스페인어 외교`였다.

박 대통령은 학생시절부터 에스파냐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 언어가 광범위한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영어, 불어도 그러한데, 아프리카 전역은 프랑스어권이다. `불어를 무기로`아프리카를 감동시킬 날도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 순방에서 현지 언어로 연설을 했다. 특히 옥타비오 파스의 싯귀를 인용해서 깊은 감명을 심어주었다. “사랑은 첫눈에 생겨나지만, 우정은 오랜 사귐으로 만들어진다네” 멕시코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었으니, 우정(友情)이 한결 돈독해졌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