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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많은 대북제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4-05 02:01 게재일 2016-04-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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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을 건너는 화물차는 제재 전이나 후나 같다고 한다. 중고택시를 북한에 파는 중국 사업가 퀸모씨는 “사과나 바나나, 또는 200달러 정도 뇌물만 준비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유엔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품을 검색해 수출입 금지품목을 가려내라 하지만, `뇌물`앞에서 `유엔제재`는 맥을 못 춘다. 뉴욕타임스의 르포기사는“하루 200대의 트럭이 신의주로 넘어가지만 겨우 5%의 컨테이너만 검색할 뿐”이라 했고,“일제 중고 야마하 피아노가 잘 팔리고, 트럭 의자 밑에 현금을 숨겨 들어간다”고 썼다.

무역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밀수선을 이용하거나 외국선박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쓴다.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 하는 중국식 수법을 배워서 `빠져나갈 구멍`을 잘 만들어놓고 있는 북한이다. 중국 사업가나 북한 밀수꾼들로서는 북한과의 밀무역이 `빠르고 조용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고분고분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으로서도 “북한이 붕괴되면 수백만 난민이 넘어올 것이니, 골치 아프다”해서, `생계·민생 목적의 물품은 예외`라는`구멍`을 만들어두었고, 이 구멍은 넓어졌다 좁아졌다 마음대로 하는 손오공의 여의봉이다.

구멍은 우리에게도 있다. 미국에 있는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 NK(북한)는 3월 18일 “북한의 불법 해상운송 활동과 연루된 선박 한 척이 포항에 입항해 6일간 머물었다”고 보도했다. 외국선박으로 위장된 북한 선박이라는 것이다. 또 몽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이 3월 17일 우리 영해를 지나갔지만 해경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감시만 했으며, 4일에는 위장 국적의 북한 선박이 추자도 앞바다를 지나갔다.“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겠다”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북한인데, 우리는 배알도 없고 쓸개도 없나.

중국은 `대북 제재`를 `사드 배치`와 맞교환`카드`로 꺼내 드는데, 우리는 아무 카드도 없이 뒷구멍만 열어준다. 북한의 협박에 지레 겁을 먹었나. 빈말 엄포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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