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경복궁 뒤편에 불당을 지으려 하자 목효지는 또 격렬히 반대했다.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던 왕은 그를 다시 노비 신분으로 돌려보내 버렸다. `석보상절`이라는 부처의 일대기를 썼던 수양대군은 등극하자 목효지를 잡아 목을 매달았다.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단종을 옹호한 죄였다. 목효지와 함께 풍수지리에서 쌍벽을 이루었던 문맹검은 세조시절 공신록(功臣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또한 뛰어난 풍수가였으나 `왕의 통치행위`를 존중하는 한계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폈던 사람이다. `풍수지리의 원칙`과 `시대의 흐름`과 `왕의 뜻`을 두루 고찰한 후 긍정적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에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란 판례와 법리가 있다. 계엄령 선포, 긴급재정경제명령 선포, 긴급조치권, 사면권, 이라크 파병, 선거일을 공고하지 않을 권리 등은 사법부가 옳으니 그르니 따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대통령의 특권`으로 분류한 것인데, 왕조시대에는 왕의 특권이 더 많았음은 물론이다. 목효지는 그 왕의 특권에 도전하다가 목숨을 잃었고 문맹검은 순응해서 공신이 되었다.
북한의 도발적 언행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겠다고 한다. 야당에 발목잡힌 국가경제가 청년실업을 가중시킨다. 외국인들은 “한국정부가 언제 결단을 내리나” 주시한다. `고도의 정치행위`가 나올 수 있는 긴급상황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