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일으키면서 소련과 손잡고, 미국과는 멀어졌으며, 길죽하게 생겨 `미국의 턱밑을 지키는 사마귀`란 말을 들었고, 케네디 대통령시절에는 소련의 핵무기를 쿠바에 배치하는 문제로 `미·소 간 전쟁`이 벌어질 위기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순간도 있었지만 소련이 물러섰다. 최근 미국은 쿠바에 야구를 가지고 접근했다. 야구는 쿠바의 국기(國技)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셋, 은메달 둘을 딴 전력도 있으며, 카스트로의 아들이 쿠바야구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이다. 또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야구선수가 100명도 넘는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때도 미·쿠바 간 야구 친선경기가 벌어졌다.
외교에는 `막후접촉`이라는 `중신아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에도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쿠바 출신의 오르테가 추기경이 다리를 놓았다. 교황의 친서를 추기경이 받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과도 면담을 통해 의견교환을 했으며, 마침내 “야구경기와 정상회담을 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2박 3일 쿠바 국빈방문이 성사됐다. 대통령 전용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쿠바의 문이 88년만에 열린 것이다.
`쿠바 경제 숨통 틔우기`와 `자본주의의 쿠바 유입`이 걸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쿠바의 경제교류도 물꼬가 틔워질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몹시 입맛이 떫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융성은`운명적 흐름`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