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인심은 각박하여 오직 권세와 이익을 찾아 나서는데 늙고 힘없이 귀양가 있는 내게 힘을 주는 구나” 태사공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익이 없어지면 왕래가 소원해 진다”라고 했는데 어찌 그대는 그러하지 않으니 태사공의 말이 틀렸다는 말인가!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즉 날씨가 차가워 진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고 하였다. 권모와 술수가 팽배하고 배신과 음모만이 출세의 방편이 되어버린 작금의 이 세태를 한없이 아프게 한다. 권력과 명예 앞에 지조없이 줄지어 서는 소인배들의 기회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을 회초리질 하고 있다. 진실된 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 선생은 선생대로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대로 도의를 떠나 모두가 몰지각한 자신의 이익 추구형으로 돌아져 버렸다.
늘 사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찰나의 난제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느냐 살아남는 지혜를 찾아 역경 속에 이겨내길 위해 노력하고 견디고 온몸과 핍박된 정신으로 참고 버텨야만 하는 슬프고 가련한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다들 어렵다고 앞다투어 밝지 않는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사람의 믿음과 정신세계는 어디 한 곳 투명하고 쉬운 곳이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이르렀을 때 사귀는 정분을 알 수 있고 망하고 흥해봐야 사귀는 태도를 알게 되며 귀천을 겪어봐야 사귀는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말은 멀리 가봐야만 그 힘을 알 수 있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술 마시고 같이 지낸 친우들도 많지만 진정히 받들어 모실 지조 두터운 두렵고 존경할 사람 있는가.
이 시대 소나무와 잣나무의 변하지 않는 지조를 생활 속에서 지혜의 덕목으로 배우고 싶다.
안산 송화산 송백을 늘 보고 살지만 나는 어둡고 지견 없어 눈 푸른 납자들의 살아있는 정신처럼 푸른 섬광 드러내고 가르침 주는 지조와 기상을 받아 적지도 알아 듣지도 못하고 사는 멍청한 내가 부끄러울 뿐이다.
후조당(後凋堂)이라고 현판을 내걸고 사는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이른 아침이다.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