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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에게 투표한다고 전해라~

등록일 2016-02-26 02:01 게재일 2016-0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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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옥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 선거사무보조원
얼마 전, 연기파 배우 잭 블랙(Jack Black)이 영화홍보차 한국을 방문해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특별 출연한 바 있다.

예능학교 컨셉으로 출연한 그는 스타킹 쓰고 촛불끄기, 물공 헤딩하기, 베게싸움 등 한국의 예능게임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헐리우드급 센스를 보여줬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리한 애드립에도 싫은 내색 없이 오히려 더 오버스러운 리액션으로 일일이 다 받아주었고, 이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잭형`이라 불렀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잭 블랙의 스타킹 쓴 얼굴이 계속 아른거렸다. 그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태도 때문이었다.

헐리우드 톱배우인 그가 촛불을 끄기 위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안간힘을 쏟아붓는 장면, 베게싸움 후 탈진하듯이 쓰러지는 모습, 생소한 한국노래에 극도로 몰입해서 따라불렀던 그의 태도는 연기가 아니라 시청자들을 진지하게 대하는 프로의 모습이었다.

“파란 형제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라는 멘트로 촬영을 마친 그의 입가에는 이날 방송에서 유일하게 웃음기가 배제되어 있었고, 심지어 이날 그의 출연료는 `0원`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선거관리 사무를 조력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경주시민이다. 선거 때마다 유세차를 끌고 거리에 나오거나 시장을 돌며 명함을 뿌리는 후보들의 얼굴을 곧잘 마주하게 되지만, 그 눈빛에서 유권자를 대하는 진정성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목소리 높여 외치기는 했지만 자신을 뽑아달라는 아우성일 뿐, 스타킹을 뒤집어 쓴 채 자신이 망가지면서도 웃음을 선사했던 잭 블랙처럼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프로정신이 없었다.

파란 형제들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토크쇼에서 무한도전을 소개하며 한국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한 잭 블랙과 달리, 숱한 공약과 정책을 남발하면서도 당선 후 이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홍보를 위해 출연한 배우의 연기력에 속았음을 매번 후회해왔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이번만큼은 유권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함께 땀흘리며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를 대하는 잭 블랙 같은 사람에게 투표를 하겠노라고 모든 후보들에게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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