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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신인… 흥분돼 잠이 안 왔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6-02-04 02:01 게재일 2016-02-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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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에 가수 복귀 화가 정미조<bR> 이달 앨범 발표… 4월에 공연도

“첫 앨범이 1972년 2월에 나왔고 첫 방송이 4월이었어요. 그런데 37년 만에 복귀하는 앨범이 2월에 나오고 4월에 공연을 여니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죠?”

37년 만에 가수로 복귀하는 화가 정미조(67)의 목소리는 무척 밝고 상냥했다.

가수에서 화가로, 다시 가수로 돌아와 `인생 삼모작`의 출발선에 선 그는 3일 전화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엔 혈기가 왕성해 겁 없이 방송 무대에 섰는데 지금은 긴장된다”며 “이번엔 완전히 신인이다. 재데뷔이니 어젠 흥분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 떨림과 기대가 교차하는 심정을 전했다.

1972년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과 함께 데뷔한 정미조는 `개여울`과 `그리운 생각`을 동시에 히트시키며 패티김을 잇는 가수로 인정받았다. 이후 7년간 13장의 앨범을 내며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사랑의 계절`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그러나 1979년 9월 `TBC 쇼쇼쇼` 출연을 끝으로 화가의 꿈을 위해 가수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프랑스 유학을 떠나 1993년 파리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화가의 길을 걸었으니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넘치는 세월이 흘렀다.

작년 수원대에서 정년퇴임 한 그는 “늘 노래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숨어 있었지만 엄두가 안 났다. 정년퇴임 한 뒤 `조용히 지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수 활동 때부터 알고 지낸 가수 최백호의 응원과 지지가 복귀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TBC 쇼쇼쇼` 고별 무대에서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부른 인연이 있다. 최백호가 개인전을 열며 그림 작업도 해 두 사람은 오랜 교분을 쌓았다.

“2년 반 전에 최백호 선생님이 전화해서 `왜 노래 안 하십니까`라고 하셨죠. 어느 날 만나자고 해 나가보니 이번 앨범 제작자 이주엽 대표를 소개해주셨어요.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1년 동안 감감무소식이었죠. 그런데 2014년 10월 이 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딱 맞는 프로듀서를 찾았다`며 색소폰 연주자인 손성제 호원대 교수와의 작업을 제안했어요.”음반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37년 만에 녹음실에 들어가는 기분은 눈물이 날 정도로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완벽한 시스템 속에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됐다”며 “스튜디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첫 곡에 실망하면 어떡하나`란 생각에 긴장됐다. 그런데 첫곡을 마친 뒤 사람들이 `좋아요, 좋아요`라며 박수를 쳐줬다.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녹음한 걸 들어보니 괜찮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녹음했다”고 웃었다.

그는 첫날 5곡을 녹음하고 세 번째 날 녹음을 모두 마쳤다. 더 부르고 싶다고 해도 손성제 프로듀서와 스태프가 `너무 좋다`며 말렸다.

앨범에는 손성제가 만든 10곡을 비롯해 신곡 11곡과 리메이크한 `개여울`과 `휘파람을 부세요` 등 총 13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귀로`를 연습하다가 몇 번 울컥해서 연습이 중단됐어요. 어릴 때 기억을 되새기면서 세상을 이렇게 돌아봤는데 다시 원점이라고 회상하는 내용인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귀로`뿐 아니라 `7번 국도`, `인생은 아름다워`, `우리 다시 만나요` 등 삼바 풍의 라틴 계열 곡들이 주축을 이뤘다.

그는 “라틴 계열 곡들이 나에게 맞을까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잘 맞았다”고 말했다. 특히 1972년 곡 `개여울`과 1975년 곡 `휘파람을 부세요`를 40여 년만에 다시부른 감회는 남달랐다.

LP 시대에 활약한 그는 CD를 거쳐 음원 시대가 됐다며 “CD 시대를 건너뛰고 나오는데 요즘은 K팝 가수들이 노래를 너무 잘 부르더라”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했다.

“그 시절 이대에서는 재학 중 방송 출연도 못했어요. 패티 김 선생님이 대학에서 제가 노래하는 걸 보시고 `패티김 쇼`에 출연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출연할 수 없었죠. 대학 졸업 두 달 뒤인 4월 `TBC 쇼쇼쇼`를 시작으로 이후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그래서 훌훌 털어버리고 동경하던 예술의 도시 파리로 떠날 수 있었고요. 유학 생활은 생각보다 고독하고 힘들었지만요.”그는 큰 결심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만큼 기념을 위한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TV에 몇 번 특별 출연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가수로 방송 활동을 전혀 안 했다”며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앨범이 나오니 무책임할 수 없다. 가수로서의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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