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tvN `응팔`서 덕선역으로 열연<BR>아이돌 이미지 벗고 올 겨울 최고 스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제 끝 사랑은 가족”이라는 여주인공 성덕선의 고백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올겨울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덕선의 `끝사랑`은 따로 있었다. 그 `끝사랑`이 왜 정환이 아니라 택이었는지를 두고 드라마 종영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덕써이`로 사랑받았던 걸스데이 혜리(본명 이혜리·22)를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자마자 `남편찾기`의 진실부터 물었다.
혜리는 “연기하는 저도 많이 힘들고 혼란스러웠다”면서 “돌아보면 덕선이에겐 정환이도, 택이도 모두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 “소녀가 느끼는 혼란스러움… 어떻게 설득력 있게 표현할지 고민”
혜리가 정환(류준열 분)과 택(박보검) 중 누가 미래 남편인지 명확히 가닥을 잡은 것은 16회 `인생이란 아이러니-Ⅰ`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였다.
덕선이 약속을 갑작스레 취소한 택에게 서운해하는 부분을 읽자마자 묘한 기분과 함께 `왜 덕선이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솟아났다.
혜리는 “신원호 PD로부터 `너의 남편이라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듣고서 사실 걱정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나열하는 혜리의 모습에게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 파의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애썼던 고충이 느껴졌다.
“음…. 지금까지 덕선이가 해왔던 것이 있잖아요. 제가 방향을 `튼다`고는 할수 없지만,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했어요.” 그런 혜리에게 신 PD는 “네가 지금 혼란스러워하는 게 맞고 당연하다. 혜리뿐 아니라 덕선이도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넸다고.
혜리는 “그때 덕선이도 덕선이 자기 마음을 정확히 몰랐다”면서 “그 나이 소녀가 느끼는 혼란스러움에 시청자들이 몰입하면서 그런 말(어남류·어남택)이 나온 것같다”고 말했다.
◇ “덕선이에겐 정환이도 택이도 모두 사랑”
혜리는 사랑의 결실을 맺은 택이나 그렇지 못했던 정환 모두 “돌아보면 모두 사랑이었다”고 강조했다. “덕선인 사랑을 계속 갈구했어요. 가족에게나 친구에게나요. 둘째로 자란 설움이 큰 데다, 다른 사람이 사랑을 줘도 원체 눈치를 채지 못하는 친구 같기도 하고요.”
혜리는 “그런 덕선이에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건 정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면서 정환이를 사랑하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택을 두고는 “덕선의 무의식에서 항상 신경 쓰였던 남자”라고 정의내렸다.
“다른 쌍문동 친구들이 어떻게 행동했을 때 덕선이가 삐친다고 한다면, 택이가 같은 행동을 하면 (삐친다기 보다) 속상하고 마음 아파하는 게 차이점이었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된 후 정환의 뒤늦은 고백을 들은 덕선이 지었던 묘한 표정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혜리는 “5년 전이라고 하면 얼마나 까마득한 이야기냐”면서 “이미 정환이에 대한 마음이 떠난 상황에서 정환의 고백을 듣고서는 `너가 그랬구나, 그런데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알지`라는 마음에서 아련한 눈빛을 보여주려 했었다”고 설명했다.
“덕선이가 정환이와 완전히 이별하는 장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대사도 없이표정으로만 전해야 하는 장면이라서 걱정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정환이를 못 떠나보낸 듯한 표정이 나오면 어떡하지 하고요.”
◇ “정환과 택 반반 섞었음 좋겠어요”
혜리는 실제 덕선이라면 정환과 택 중 누구를 고르겠느냐는 물음에 “정환과 택이 반반 섞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둘 다 정말 좋아요. 따뜻한 친구들이잖아요. 그런데 둘 다 싫은 것도 있어요.
크하하. 정환이는 너무 감정 표현을 안 하잖아요. 그러면 여자가 힘들어요. 그런데 또 택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적당히 섞였음 좋겠어요.”
혜리는 쌍문동 남자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는 동생으로 등장했던 노을이를 단박에 꼽았다.
“이 누나가 아니면 누가 제 동생 노을이를 챙기겠느냐”고 말하는 혜리의 모습에서 다시 덕선이를 발견했다.
혜리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딛고 `응답하라 1988`을 성공적으로 끝낸 소감으로 “너무 다행스럽다”면서 “덕선이가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점을 끌어내기 위해 고생한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덕선이에게 전할 인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잠깐 숨을 골랐다.
“덕선아, 넌 정말 모든 사람에게 사랑스러운 아이였고 예쁜 아이였단다.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야”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이 메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