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1월부터 우리 사회가 참 시끄럽다. 연초에 시끄럽다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정말 시끄럽다. 가장 시끄러운 곳을 분간 못할 만큼 정치, 경제, 국방, 교육, 외교 등 사회 전 분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다른 나라들은 국민의 행복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힘차게 출발 했는데, 우리는 시끄러움 때문에 출발조차 못 하고 있다.
이합집산으로 시끄러운 정치, 중국 증시 폭락으로 시끄러운 경제, 북한 수소폭탄으로 시끄러운 국방, 누리예산으로 시끄러운 교육, 그리고 진정성은커녕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옆 나라 때문에 시끄러운 외교.
시끄럽다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의 첫 문장을 `시끄러움`대신 `문제`로 바꾸어 다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병신년 1월부터 우리 사회가 참 문제다.” 도대체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을 찾아야지만 해결책도 나올 것이다.
그런데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커녕 문제의 원인을 분석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이 나라엔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이 나라의 문제 지수는 해가 거듭될수록 높아만 지고 있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많은 나라들이 곧 닥칠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비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테러로부터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바쁘다. 하지만 그 바쁨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만의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공익을 위해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는 시끄럽고, 다른 나라는 분주하다. 언제쯤 우리는 이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정말 하나 된 마음으로 제대로 된 출발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멈춰선 철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녹슨 철마를 통해 너무 오래 멈춘 철마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 노력, 비용이 든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두 번 다시 철마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까지다. 알기에 급급한 나머지 우리는 실천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렸다. 아는 것을 조금이라도 실천했다면 지금처럼 시끄럽지는 않을 것이다.
멈춰선 철마가 2016년 대한민국 같다. 철마의 기적소리 너머로 어떤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대한민국은 달리고 싶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중국 증시 폭락, 북한의 수소 폭탄 실험, 일본의 진정성 없는 사과 등 그 원인을 밖에서만 찾는다. 정녕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말할 용기가 없는 걸까.
`호킹 지수(Hawking Index)`라는 것이 있다. 조던 엘렌버그 교수가 만든 것으로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를 백분위(%)로 환산하여 보여주는 지수다. 스티븐 호킹스의 `시간의 역사`에서 착안한 이 지수는 지수가 낮을수록 책의 내용이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간의 역사`는 1988년 초판 발행 이후 1천만권 가량 팔렸지만 끝까지 읽은 독자는 6.6%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책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책의 호킹 지수는 얼마일까. 필자가 보기엔 0%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한다. 고전물이 넘치고, `응답하라 1988`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딱 그렇다. 언제까지 우리는 과거만 부르짖고 살 것인가. 시끄러움을 해결하고 2016년 대한민국이 속도를 내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나”가 아닌 우리가 되어 외치자. “응답하라, 2016년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