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클래지 손잡고 프로젝트 앨범 `욜훈` 발매
이승열(45·사진 오른쪽)은 1994년 유앤미블루로 데뷔해 솔로 활동까지 총 7장의 정규 앨범을발표했다. 그중 유앤미블루의 `크라이… 아워 워너 비 네이션!`(Cry… Our Wanna Be Nation!)과 솔로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꼽혔다.
클래지(41·김성훈)는 2004년 클래지콰이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겸 DJ로 `인스턴트 피그`(Instant Pig)를 발표했다. 당시로선 새로운 일렉트로닉 장르를 선보인 이 앨범은 이듬해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그룹`과 `최우수 팝` 상을 받았으며 역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됐다.
지난 16일 타이틀곡 `보이저` 등 5곡이 수록된 앨범 `욜훈`을 발매한 이들을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플럭서스뮤직에서 한솥밥을 먹는 두 사람이 협업 제안을 받은 것은 올해 여름이다.
“회사 제안을 받았지만, 저희에게 협업은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이전에 제가 클래지 노래에 피처링하기도 했고, 클래지 곡을 제가 받기도 했거든요. 제가 솔로 음반을 내고서 `다음에는 일렉트로 뮤지션과 협업할 것 같다` 말한 적이 있는데, 그막연한 계획도 현실이 된 거죠.”(이승열)두 사람 모두 만만치 않은 실력과 경험의 소유자인 데다, 음악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이승열은 자신은 `다크하다`(어둡다)고 표현한 반면 클래지는 스스로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작사·작곡을 각각 2~3곡씩 사이좋게 나눠 맡으면서 앨범을 두 사람의 색깔로 고르게 칠했다. 특히 클래지가 쓴 희망적인 분위기의 노래와 이승열의 깊은 목소리가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성향이 갈등의 원인이기보다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저는 어두운 면이 두드러지고 냉소적인 면도 노래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지금제 삶이, 가사를 쓰거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부드럽게만 되지 않는 시기기도 해요. 그 치열함을 음악에 담았죠. 반면 클래지는 참 밝은 스펙트럼에 가 있는 사람이더군요. 클래지가 만든 `라이크 언 에인절`(Like An Angel)을 녹음실에서 불렀더니, 그런 기운이 제게 흡수가 됐어요.”(이승열)“저는 무거워지는 걸 안 좋아해요. 안 좋은 상황을 만나서도 끝에는 `잘 될거야`를 얘기하는 게 제 특징인 것 같아요. 형하고는 미니멀하게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갈등은 전혀 없었어요. 이것저것 더 시도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모자라다는 아쉬움만 있었죠.”(클래지)두 사람은 “너무 예상 가능한 음악을 만들지 않기로 하되 최대한 미니멀하고 어쿠스틱한 음악을 구성해보자는 데 공감해 악기 숫자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새 앨범에는 클래지콰이 보컬 출신인 호란, 더블유 앤드 웨일의 보컬 웨일 등 목소리가 고운 여성 가수들이 피처링을 해 거친 목소리의 이승열과 조화를 이뤘다.
클래지는 “웨일이 피처링한 `보이저`는 웨일이 먼저 전곡을 녹음하고, 승열 형이 웨일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따로 전곡을 불렀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 목소리를겹쳐 재생했는데 묘하게 잘 어울리더라”면서 “인위적으로 맞추려 한 게 아닌데도 정말 좋았다”고 소개했다.
욜훈은 19일 건국대에서 연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당분간 함께 활동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혹시 다음 앨범 계획은 있는지 물었더니, “서로 구속을 싫어한다. 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는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승열은 다만 “다음에 또 앨범을 함께 만든다면 지금처럼 곡과 가사를 따로 써서 결합하는 대신 하나의 음, 하나의 조각부터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며 “그렇게 한다면 앨범의 DNA부터 태생이 달라지고, 진정한 의미의 `수정`이나 `퓨전`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