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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마지막 감정 표현 부담스러웠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5-12-16 02:01 게재일 2015-12-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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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 오늘 개봉하는 `히말라야`서 故 박무택 대원 연기
“정복보다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뭐가 됐든 간에….”

16일 개봉하는 영화 `히말라야`에서 고(故) 박무택 대원을 연기한 배우 정우(본명 김정국·35)를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흔히 산이라고 하면 정상을 밟아야만 하는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자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 16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은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닌 정상에 잠시 머무는 것”이라고 했다.

산악인이 다 된 것일까. 이번 영화에서 정우는 히말라야와 몽블랑 등 해발 4천m가 넘는 고도의 현지 촬영장에서 고산병으로 누구보다도 큰 고생을 했다.

“다시 가면 조금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은 들어요. 웬만해서는 괜히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힘들어도 후회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산악영화에, 지금은 고인이 된 인물 연기는 더욱 막막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감정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이번 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히말라야`는 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산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산악인이라는 직업과 주변 환경이 나와 다를 뿐, 감정에서는 똑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우는 박무택 대원이 히말라야에서 숨을 거두는 연기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장면이었어요. 실존 인물이고, 고인에 대한 마지막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보니 부담스러웠죠. 행여나 그분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정우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실화 바탕의 이야기가 지닌 힘이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큰 울림이 있었어요. 중반까지는 유쾌하고 밝은 느낌이었다가 후반부에 슬픔과 안타까움이 대비되면서 감동이 증폭되더군요.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었고, 경험해보지는 못했으나 충분히 공감 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실화가 가진 힘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고산병으로 고생하면서도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은 `라면`이었다고 한다.

흔하면서 현장에서도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냐고 반문하자 “먹긴 먹었는데 4천500미터까지 이고 올라가야 했다”면서 “풍족하게 가지고 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는 `해운대`, `국제시장`을 연출했던 윤제균 감독이 제작하고, 올해 전작 두 편이 잇달아 천만 관객을 모은 `흥행 보증수표` 황정민이 엄홍길 대장 역을 맡은 작품이다. 정우는 황정민과 영화 `사생결단`(2006)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정우는 “작품을 선택한 배경에 신뢰할 수 있는 제작사와 상대 배우가 작용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이야기에 끌리는 힘이 더 컸다”고 밝혔다.

정우는 극 중 숨을 거두기 직전 산 아래 절경을 바라보며 “직이네”(`죽이네`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읊조리는 부분을 이번 영화의 `가장 짠한` 장면으로 꼽았다. 또 “모든 장면이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2013년 말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일약 스타가 된 정우. 그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는 하산도 아닌, 정상 등정도 아닌, 마치 산을 배우고 즐기려는 자와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겉치레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영화를 통해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 커피 한 잔의 사소함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됐으니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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