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미술을 생계 수단으로 삼겠다고 결심하는 젊은 화가들이 이때쯤이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대기업에 취업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갈고 닦아 놓은 예술적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매년 3천여명에 이르는 순수미술 전공자들이 우리나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배출된다. 우리나라 미술계 구조상 1년에 신예 화가로 등단할 수 있는 한계와 열악한 환경을 뻔히 알면서도 매년 수천명의 젊은 화가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참 무모한 짓이다.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예술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도 좋지만 성공확률이 너무도 낮은 무모한 행동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도전들이 있기에 미술은 계속적으로 진화 되고 발전을 해 나가는지 모른다. 다른 분야와 달리 예술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이 위대한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가의 길을 걷기 위한 화가 지망생들에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사업이 정부차원에서 마련되고 있어 그마나 깊은 위안을 주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안정된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작업공간과 멘토 프로그램을 마련해 줌으로써 화가로 성공할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을 심어주고 있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기숙사를 겸비한 아카데미이자 작가들에게 무료 또는 실비로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창작스튜디오가 최근 들어 젊은 예술가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유명 화가로 발전하기 위한 절대적 코스이며 스펙 쌓기를 위한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창작스튜디오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이며,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지역의 폐교를 활용하여 시각예술가에게 작업실을 지원하기 시작한 예술 지원 사업이다. 이후 폐교활용 창작스튜디오에 이어 도심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창작스튜디오를 조성하는 사례가 나타나며 창작스튜디오는 이제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체험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주 팔각정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스튜디오, 고양창작스튜디오,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이 조성되었으며 초기의 창작스튜디오는 주로 공간지원의 측면에서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미술관과 연계되어 담당 학예사가 행정업무를 관할했다. 대구·경북의 경우도 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가창창작스튜디오와 대구미협이 운영 중인 정대미술광장스튜디오,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가 있으며 영천창작스튜디오와 시안미술관 레지던시 역시 적극적인 예술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의 우수한 화가들을 양성해 내고 있다. 창작스튜디오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학문적·제도적으로 정착된 개념은 아니며,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창작레지던스, 창작실, 창작소, 창작 공간, 작업실, 연습실, 공방, 예술촌, 예술마을 등 다양한 용어들과 혼용해 사용되고 있다. 각 지역의 이러한 창작스튜디오가 가지는 의미는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적 맥락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며 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는 예술 활동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인 공공재(public goods)와 고유가치(intrinsic value)가 강조되는 시대적 특징으로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 창작스튜디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 해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