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김윤아, 뮤지컬 첫 도전… `레베카`서 댄버스 부인 연기
데뷔 18년차를 맞은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41)가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다.
그는 2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에서 3월 6일까지 이어지는 뮤지컬 `레베카`에서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키는 광기 어린 집사 `댄버스 부인`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다.
김윤아는 1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매력적인 작품에서 매력적인 배역을 제의받았고, 지금이 아니면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작품과 음악이 훌륭했고, 제가 좋아하는 어둡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는 멤버들이 함께여도 노래는 혼자 하다 보니 무대를 제가 내내 끌고 가야 하는데 뮤지컬은 다른 배우 분들이 탄탄하게 짜 놓아주신 작품의 일부가 돼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요.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는 희열이죠.”
김윤아는 그동안 꾸준히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긴 했지만, 음반이나 공연 일정 등 여러 사정이 맞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고 새 소속사를 정하지 못해 향후 음반, 공연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던 지난해 겨울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이 그에게 왔다.
`레베카`는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뮤지컬이다.
아내 레베카의 죽음으로 상처받은 `막심 드 윈터`, 막심과 결혼해 맨덜리가의 안주인이 되지만 저택의 미스터리로 혼란에 빠진 `나`, 레베카를 맹목적으로 사랑한 `댄버스 부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윤아는 이제야 정식 뮤지컬 무대에 서지만 사실 그와 뮤지컬의 인연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부에서 활동하면서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일부 곡의 악보를 구하지 못하자 직접 곡을 만들고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했다.
“제가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경험이었어요. 아직도 그때 만들었던 무대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후 뮤지컬은 김윤아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제게 뮤지컬의 세계는 성실하게 준비해서 실력을 보여야 하는 엄격한 곳이에요. 새로운 무대 경험을 통해 저 자신을 좀 더 단련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어서 많이 낯설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스태프와 배우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
김윤아가 맡는 `댄버스 부인`은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로, 주연만큼 존재감이 큰 조연이다. 고난도 기교의 노래와 강렬한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연기는 원작과 대본을 촘촘하게 읽으면서 캐릭터와 전체 배경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식으로 공부했어요. `댄버스 부인`은 슬픔과 광기가 가득한 인물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 점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노래도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창법이 달라 만만치 않은 연습이 필요하다.
“평소 무대에서는 쓰지 않는 두성 발성을 사용할 수 있어서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평소 창법과 평소 쓰지 않는 발성을 오갈 수 있도록 본 연습시간 전에 개인적으로 연습해요.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곡들도 다들 노련하게 연기하고 노래하셔서 위화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죠.”
김윤아와 함께 `댄버스 부인` 역으로 캐스팅된 뮤지컬 배우 신영숙, 차지연을 비롯해 류정한, 민영기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서는 `신인`으로서 부담감이 없을 리 없다.
“물론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베테랑 배우 분들과 제가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과 비교하면서 괴로워하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해석과 표현으로 즐겁게 작품을 소화하고 싶어요.”
데뷔 무대를 앞두고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것은 몸 상태다. 연습 시작 후 후두염에 걸려 4주째 고생했다.
“연습 기간 중에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아 육체적,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뮤지컬은 장기전이라서 체력 관리가 가장 어려워요. 어서 몸과 마음을 추슬러 평소처럼 즐기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싶네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