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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목

등록일 2015-11-26 02:01 게재일 2015-1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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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효 근
늘그막의 두 내외가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이 맞닿은 자리, 실은

어느 한쪽은 뿌리를 잘라낸

다른 한쪽은 뿌리 윗부분을 잘라낸

두 상처가 맞닿은 곳일지도 몰라

혹은 예리한 칼날이 대고 간 자상에

또 어느 칼날에 도리워진 살점이 옮겨와

서로의 눈이 되었을지 몰라

더듬더듬 그 불구의 생을 부축하다보니

예까지 왔을 게다

이제는 이녁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제 뿌리까지 환해지는

제 발가락이 아플 뿐인데

이녁이 몸살을 앓는,

어디까지가 고욤나무고

어디까지가 수수감나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접목

대신 살아주는 생이어서

비로소 온전히 일생이 되는

숱한 세월을 함께해 온 노부부의 이야기를 고욤나무와 수수감나무의 접목에 빗대어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은 너무 달랐을지 모를 두 나무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깊다. 상대방에 대한 따스하고 은근한 배려와 사랑이 이렇듯 자연스럽고 성숙된 한 그루 고목으로 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땅 곳곳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접목들이 많다. 가만히 곱게 늙어가는,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익어가는 부부들이 많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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