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효 근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이 맞닿은 자리, 실은
어느 한쪽은 뿌리를 잘라낸
다른 한쪽은 뿌리 윗부분을 잘라낸
두 상처가 맞닿은 곳일지도 몰라
혹은 예리한 칼날이 대고 간 자상에
또 어느 칼날에 도리워진 살점이 옮겨와
서로의 눈이 되었을지 몰라
더듬더듬 그 불구의 생을 부축하다보니
예까지 왔을 게다
이제는 이녁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제 뿌리까지 환해지는
제 발가락이 아플 뿐인데
이녁이 몸살을 앓는,
어디까지가 고욤나무고
어디까지가 수수감나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접목
대신 살아주는 생이어서
비로소 온전히 일생이 되는
숱한 세월을 함께해 온 노부부의 이야기를 고욤나무와 수수감나무의 접목에 빗대어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은 너무 달랐을지 모를 두 나무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깊다. 상대방에 대한 따스하고 은근한 배려와 사랑이 이렇듯 자연스럽고 성숙된 한 그루 고목으로 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땅 곳곳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접목들이 많다. 가만히 곱게 늙어가는,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익어가는 부부들이 많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