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 룡
계곡에 입술을 대고 물을 마시는 날
황홀한 마음 어디론가 가고 없을지라도
바위여 너는 착한 이끼를 길러도 좋다
이끼 그 태초의 식물을
이제야 당신에게 경배할 수 있음을
용서해 다오 세상의 처음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바다로 갈지라도
이 자리에서 지키는 초심이여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는 무엇일까. 물이 흘러 바다에 이른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 어떤 형태로든 성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록 그렇게 된다할지라도 더 고귀한 가치는 그 욕망을 따라가지 않고 바위에 붙어서 초심을 지키는 이끼, 태초의 식물 이끼의 존재적 가치나 욕망을 억누르며 꿋꿋이 자기를 지키는 가치라고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깊이 동의하고 싶은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