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팡(kopan)` `꼬뺑(copain)`….
최근 서울에서 있었던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불 정상회담을 요약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코팡은 파리에서 잘 팔리고 있는 파리바게트의 `단팥크림빵`이름이고, 꼬뺑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한·불 발전방향을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던 `친구`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굳이 `낯선`이 두 단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한불 정상회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어서다. 우선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을 비난하고 싶다.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평가받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 문제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 의궤는 왕실의 혼인, 책봉, 장례 등 국가적인 의례나 행사에 관련 `준거`를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기록적 가치는 어디 비할데 없다.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는 1993년 경부고속전철 국제입찰을 전후로 프랑스가 반환의사를 내비쳤지만 정작 국내로 돌아온 것은 18년 뒤인 2011년이었다.
문제는 완벽한 환수가 아니라 5년 단위의 임대계약이란 점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은 게 아니라 프랑스로부터 빌린 것이다. 5년 마다 임대연장을 하면 `영구보관`은 되겠지만, 그 얼마나 궁색한 꼴인가.
약탈문화재를 돌려받는데 대여란 것 자체가 굴욕적임은 물론 다른 문화재를 환수하는 과정에서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영구반환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외규장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창조 경제와 문화융성은 한불 협력 관계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면서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우리 문화재를 되돌려 받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서운할 따름이다.
한불 양국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창의적 인재양성 △창업생태계 조성 △고부가가치 미래성장 동력 발굴 등을 채택하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묻고 싶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할 지 모르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더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오늘의 국빈 방문은 박 대통령이 말한 여러 가지 실천 방안들에 대해서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 할 지 협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했다.
프랑스 빵인 `브리오슈`에 한국식으로 만든 단팥 앙금과 부드러운 크림을 넣어 만든 `코팡`은 파리지앵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며, 프랑스 현지에서 연일 매진될 만큼 인기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는데, “함께 빵을 나눠 먹는 가족같은 친구가 되자”는 것은 좋지만, 양 국 정상이 만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의논하는 자리에서`소중한 문화유산`에 관한 이야기는 정작 하지 못한, 먹는 이야기로 끝나버린 정상회담이 아닌가.
올랑드 대통령은 내년 한·불 수교 130주년에 앞서 올해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한국에 대한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파리 에펠탑을 태극(太極) 문양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뒤덮고 탑 중앙에 `FRANCE COREE(프랑스 한국)`을 새겨 넣어 조명쇼를 펼치기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국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지정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등 한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려 한다.
`2015-2016 한 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가 프랑스 전역에서 내년 6월까지 펼쳐진다고 하니,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기 위한 우리정부의 의지를 전할 여지는 많이 남아 있다. `약탈문화재에 관한 국제협약`이 엄연히 있는데, `임대`라는 편법으로 뭉개고 넘어가기에는 한국인의 국민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약탈 문화재에 대한 적극적인 환수 노력을 거듭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