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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스럽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1-09 02:01 게재일 2015-1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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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수(隨)가 무너지고 당(唐)이 설 무렵, 이세민은 형과 동생을 죽이고 황제가 됐다. 태종은 형 이건성의 참모 `위징`을 잡아왔다. “당신이 나를 쳐야 한다고 했다지?” “태자께서 내 말을 진작 들었다면 당신의 자리는 거기가 아닐 것이오” 위징은 본시 수나라 총신이었으나 수양제가 실정하는 것을 보고 반군 이연의 편에 섰고, `쓴소리의 황제`란 소리를 들었다. 당태종은 위징을 재상으로 삼았다.

`한신`은 본래 초나라 항우 휘하에 있었으나, 미천한 신분의 벽에 막히다가, 한나라 유방에 귀순하면서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 그는 항우가 죽은 후 초나라 왕이 됐으나, 유방은 그를 두렵게 여겨 반란죄로 체포했다. “아, 괴통의 말을 들었더라면…” 무심코 내뱉은 그 말 한마디에 `괴통`이 잡혀와 심문을 받았다. “네놈이 한신에게 역모하라고 부추겼다지?” “그렇습니다”

망조 든 진(秦)나라를 두고 초와 한이 팽팽하게 겨루고 있을 때 괴통은 한신에게 건의했다. “장군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됩니다. 장군은 중립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3국이 `세발 솥`처럼 정립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신은 그 건의를 듣지 않고 유방을 도왔고, 결국 토사구팽됐다. 그러나 괴통은 살아남았다. 말 한마디 잘한 덕분이었다. “왜 그렇게 했느냐?” “도척의 개나 폭군 걸왕의 개가 요임금·순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의 주인은 한신이었고, 폐하를 몰랐습니다”

국정원에 공채로 들어가 32년간 정보업무를 하다가 노무현정권때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몰래 새누리당에 입당한 후 선거때 새정련 후보를 지원했으며, 2007년 대선 전날 북한의 대남총책 김양건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 확실”이란 고급정보를 주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가 2년만에 사퇴했다. 그의 행보가 요즘 심심찮은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위장 전향이냐? 고단수 전략이냐? 야당 공천으로는 국회의원 하기 틀렸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무래도 위징이나 괴통 같은 인물은 아닌것 같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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