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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적화통일?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1-02 02:01 게재일 2015-1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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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든 교과서는 국정(國定)이다. 검인증이란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곳이다. 19세기적 `세습김씨조선`인 북한에서 `민간업체가 역사책을 만들고 정부가 승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기들은 국정을 하면서 남한쪽에 대고는 국정한다고 시비다. 좌파를 잘못 편들다가 자가당착·모순에 빠졌다.

북한교육위원회 대변인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동족의 대결의식을 주입시키려고 발광하는 보수패당의 망동”이라 했다. 국정으로 가면 `역사 적화통일`의 목표에서 멀어지니 그야말로 `발광`을 한다. 그들은 또 “파쇼독재와 친미 친일 사대매국으로 얼룩진 치욕스러운 과거를 미화하고 부활 시키려는 전대미문의 역사쿠데타”라고 했다. 좌파 역사교과서를 제작한 집필진들의 주장과 흡사하다. 그러니 `북의 발언`은 `공개지령문`이란 소리를 듣는다.

남북한간의 역사관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왕조사 중심으로 기술하는데, 북한은 민중사관에 입각한다. 홍경래난, 만적의 난, 임꺽정의 난 같은 반란사가 중심이고, 고산자 김정호 같은 벼슬하지 않은 민중 지리학자의 일대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북한 역사책을 보면 `이야기책`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집필자의 감정`이 그대로 들어 있다. 명성황후 민비에 대해서는 `여자가 감히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민비년`이라 쓴다. 민중전이 왜병에 의해 시해당한 `을미사변`과 그에 촉발된 의병활동에 대한 기술도 없다. 의병활동을 주도한 주체가 양반계급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종북성향과 좌파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교과서는 왜곡되고 편향될 수밖에 없다”면서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 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 한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는 이 공격에 대해 이렇게 방어했다. “북한은 우리 역사교과서에 개입하지 말라”면서 “북한이야 말로 역사 국정교과서 체제를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이것은 불가능한 요구란 것을 문 대표 자신이 더 잘 알 것인데, `공개지령문`이란 말을 덮으려는 의도인 듯.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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