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기자 `포항 취업박람회` 구직체험 <bR>나이·성별·학력 제한 부지기수…실무경험 원해<BR>`열정만 중시`는 홍보용…구직의 높은 벽만 실감
포항 일자리 취업·창업박람회가 28일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35개 사업체가 참가한 박람회에는 2천여명이 몰려 뜨거운 `구직전쟁`이 벌어졌다. 기자는 취업준비생 시절의 이력서를 들고 직접 각 업체의 부스를 돌며 취업상담에 참여했다. 총 5개 업체에서 면접을 본 결과 1곳에서만 `함께 일 해보자`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철강·기계·제조업체 위주
여러 업체들 가운데 이력서를 낼만한 기업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박람회장에 마련된 35개의 부스 가운데 철강·기계·제조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 나니 교육, 소방, 노인요양시설 등 7곳만 남았다. 모집직종 등을 고려해 여자 인문계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5군데뿐이었다. 이 가운데 1곳은 최대 24개월 계약직 근무였다.
면접을 기다리다 만난 20대 여성구직자 김남주씨는 “거제도에서 현장근무를 하다가 건강문제로 그만두게 돼 고향인 포항에서 직장을 구하고자 박람회를 찾았다”며 “어젯밤 잠도 설치고 아침 일찍 정장입고 미용실에서 머리손질까지 하고 왔지만 경영전공자로서 지원할 수 있는 기업수가 적어 2군데에만 이력서를 제출했다. `면접체험`만 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대졸 젊은 남성지원자 선호
업체 5곳의 면접을 차례대로 본 결과 `열심히 일할 열정만 있으면 된다`던 채용담당자들의 속내는 달랐다. 업무에 대한 열의보다는 기본 신상정보 위주의 질문들이 먼저 쏟아졌다.
기자가 “나이와 성별 상관없이 일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채용담당자는 “(여성도) 뽑긴 하는데...”라고 답했다. 여성지원자를 우대 채용한다던 P업체도 40대 이하 등 연령을 제한했다. 박람회 책자에 `학력무관`이라고 적혀 있던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왕이면 대졸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나이가 많으면 힘들다``여자가 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등의 이유로 채용을 거절했다.
두 번째로 면접을 본 제조업체 H사의 채용담당자는 “제조업종이 비교적 보수적인 조직이다 보니 부하직원의 나이와 성별 등을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다”라며 “현장근무가 많고 응급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커 여성보다는 비교적 `다루기 쉬운` 남자직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급 자격증 및 실무경험 `환영`
신상파악 후 이력서를 살펴보던 채용상담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실무 경험에 대해 물었다. 인턴이나 직장생활 등의 근무이력이 있어 현장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는 뜻이었다. 한자나 워드프로세서 등은 `속빈 자격증`으로 취급받았다. `토익 930점, 토익스피킹 레벨7, 교환학생 경험`이란 스펙을 훑던 기계설비 업체 채용담당자는 “잘 못 찾아온 것 같다”며 이력서를 되돌려 건넸다.
채용관계자는 “실무경험을 지닌 구직자들은 교육이수 기간 등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능력 또한 초짜신입보다 뛰어나다”며 “최근엔 단기속성으로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한 구직자들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업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랜 기간 고생해서 취득한 전문자격증이 아닌 이상 이력서에 적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다른 건 사실이다. 구직자들도 답답한 심정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적합한 인재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채용해도 금방 이직하는 직원들도 많아 되도록 신중하게 요건을 따져가며 뽑는다”고 말했다.
결국 기자는 다섯번째 면접을 본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 관련 업체에서 “우리가 찾던 사람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독서논술 지도 업무와 관련해 학보사 및 언론사 인턴, 학습지도 봉사활동 경험 등이 해당 직무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