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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부적응 학생과 국방의 의무

등록일 2015-10-28 02:01 게재일 2015-10-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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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갑자기 학생이 묻는다. “선생님, 우리나라 역사가 그렇게 잘 못 됐나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필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구호(口號)와 선동(煽動)만 난무하고 있다. 낯 뜨거운 구호에 아이들과 함께 거리를 다니기가 부끄럽다.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바꾸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볼까봐 필자는 아이의 눈을 가렸다. 문제는 이런 현수막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가 불법으로 내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전혀 안 되고 있다. 공해도 저런 공해가 없다 싶어 화까지 난다.

거리에 내걸린 불법 선동 문구나 대학가에 내걸린 대통령 관련 대자보를 보면 이 나라가 막말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막말의 수위에 따라 민주화 정도를 평가한다면, 이 나라는 민주화가 아주 잘 된 나라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막말 대상은 대통령이든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나라 국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물론 한 집단, 나아가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 때 비판 앞에는 “건전한”이라는 수식어가 반드시 붙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를 보면 어떤가. 비판(批判)과 비난(非難)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 앞에서 정말 떳떳하다면, 그리고 역사에 대해 그토록 정의롭다면 정치인들이여, 대학생들이여 지금 당장의 왜곡된 역사부터 바로잡아라. 친일, 친미에 대한 반성도 중요하지만, 당신들에겐 위안부 할머니들의 울부짖음과 독도의 저 한 맺힌 절규는 들리지 않는가. 역사적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이론에 빠져 자기식대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 들지 말고 우선 감사함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행동하자.

지난주에 이어 필자는 정말 묻고 싶다.“교과서 검인증제도가 시행 중인 지금, 과연 우리나라 역사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는가?”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이 문제부터 생각해 본 다음에 말하면 어떨까. 아니래도 시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는 우리 학생들인데, 왜 그 아이들을 괴롭히는지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한국사 교과서 논쟁인지 필자는 도무지 모르겠다.

진정으로 학생들이 걱정된다면 물론 한국사 교과서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 교육제도를 바꾸기 위한 난상토론(商討論)을 하자. 그리고 제발 바꾸자. 우리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건 한국사 교과서 내용이 아니라 성적지상주의,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대한민국 교육 밥그릇 자체이다. 밥그릇은 그대로 두고 내용물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나.

얼마 전 교육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 자리가 마련되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대안 교육 세미나. 물론 현 교육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그 귀한 이야기들이 단지 이야기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더 많은 방법들이 강구되었다. 필자는 대안 교육 세미나 중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토론 내용을 듣고 놀랐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과 국방의 의무”

“임 병장, 윤 일병” 등 군대 부적응 때문에 생긴 마음 아픈 사건들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부적응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사회 전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적응 바이러스의 가장 큰 문제는 감염자 자신보다는 오히려 그 주변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학교 부적응의 정점에 있는 학생들이 입대했을 경우 과연 우리 군대는 어떻게 될까.

군대 혼란은 사회 혼란 중 가장 심각한 혼란이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미리부터 부적응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적응 학생들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이 이루어져 한다. 이는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도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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