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미술비평활동을 통해 지역미술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로 창립된 대구미술비평연구회가 올해 17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1999년 미술비평활동을 시작하며 작성했던 평문들과 각종 연구 자료들을 모아 자료집 총람을 출판하는 것이다. 지역에 이렇다 할 평론가도 없다. 모든 미술 비평활동이 서울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에 뜻있는 미술이론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연구회가 이제는 40여명에 이르러 비평연구회 회원들을 배출하였으며 현재도 10여명의 비평가들이 평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화가들의 작품활동에 비해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미술비평`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질 것이다.
미술비평은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서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예술의 비평은 예술가 자신의 개인적 차원에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경우 미술비평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기초가 다져진 것은 1795년 이후 프랑스의 철학자 디드로의 살롱비평이 등장하면서부터 그 출발점을 삼을 수 있다. 19세기 이전의 미술비평은 개별 작품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검토하기 보다는 미술의 도덕적 목표와 이상(진선미)을 일반화하는 작업에 치중되었다. 그러나 19세기에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미술의 경제적 후원자가 소수의 권력자로부터 일반 시민계급으로 이행하였고 결과적으로 미술품 시장의 영역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예술가와 애호자의 중개자로서 대중의 취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비평가들도 등장했다. 이들 비평가들은 특정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그 평가의 대상도 동시대 미술에서부터 과거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확대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미술비평이 독립된 지적 활동의 한 분야 이상의 광범위한 분야까지 그 기능과 역할이 커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비평 역사는 19세기 전통미학과 봉건적 미의식에서 제작된 관념미술에 대한 비평과 근대화 시기에 일제 강점기 식민주의 미술의 왜곡된 비평이 주는 모순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이 이어져 왔다고 본다. 19세기까지 우리 미술의 주요의식으로 자리 잡았던 이상주의와 심미론, 기예론 중심의 미학과 미술론이 20세기를 접어들면서 우리 고유의 이상주의와 서구의 미학·미술론이 흡수된 예술 지상주의 그리고 민중미술·사실주의라는 복잡한 미의식의 확장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미적 가치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서양미술의 긴 역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비평 활동을 펼쳐왔던 서양에 비해 짧은 역사 속에서 진행된 우리의 비평 역사는 이러한 이론적 한계점과 제한된 연구 자료, 환경 등의 이유로 발전을 제약 받아왔던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미술비평이 가지는 문제점과 한계점을 알고 있기에 대구미술비평연구회는 그동안 비평연구활동을 통해 지역 신진작가들을 위한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이론적 무장과 자기작품에 대한 비평과 감상에 필요한 언어들을 함께 연구하고 만들어가는 일련의 활동들이 지역 미술인들에게는 적잖은 도움과 자극이 되었을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총람으로 재편집되어 출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역 비평가들의 작은 노력들이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지역문화발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하며 그동안 고생한 연구회 회원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힘껏 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