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구속 48명 입건
대구지방경찰청은 17일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서버를 둔 5천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도박개장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정모(27)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박모(23)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정씨 등에게서 50만~100만원을 받고 대포통장과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카드, 공인인증서가 저장된 USB 등을 제공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모(24)씨 등 43명을 입건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2년여 동안 회원 1만여명에게 한사람당 최소 5천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배팅금액만 5천억여원을 받았고 이중 4천500억여원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500억원을 챙겼다.
이들이 빼돌린 범죄 수익금만 500억원대에 이르지만, 단 한 번도 금융당국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
이는 이들은 150여개의 대포 통장을 이용해 철저하게 자금 세탁을 거쳤고 이체 한도를 높이기 위해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도 대량으로 빼돌려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범죄는 금융보안연구원에서 1등급 보안매체로 지정한 OTP카드가 국제 우편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가정보원·인터폴과 공조 수사에 의해 탄로났다. 하루 2천만 원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입·출금하면 금융사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통보하게 돼 있지만, 인터넷 자동이체는 제외돼 있는 감시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어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인출 시 현금 인출기에서 600만원 씩만 빼내는 수법도 써 왔다. 또 대포 통장으로 도박 자금을 송금 받고서 OPT를 이용해 또 다른 대포 통장으로 자금을 분산이체시키고 마지막 단계에서 국내 자금 관리 총책이 도박 자금을 나눠 인출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도박 자금을 빼돌려 온 혐의다.
이들의 철저한 현금 자금 빼돌리기 수법으로 경찰이 회수한 금액은 고작 2억2천여만원에 불과하다.
경찰은 불법 도박을 한 회원 1만여명도 조사해 이용 금액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OTP카드와 대포통장을 넘겨준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