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팝 대부` 빌리 코 `아시아 뮤직 네트워크`서 강연
`차이나 팝(C팝)의 대부`로 불리는 빌리 코<사진> 에이뮤직 라이츠 매니지먼트 대표는11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빌리 코는 11~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아시아 뮤직 네트워크` 참석차 내한했다. `아시아 뮤직 네트워크`는 K팝의 해외 진출을 위한 뮤직 마켓 행사다. 빌리 코는 12일 열린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음악 트렌드를 선도해온 K팝의 향후 과제`란 주제로 강연 했다.
싱가포르 출신인 빌리 코는 아두(阿杜), 리준지에(JJ린·임준걸) 등을 스타를 키워낸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다. 아시아 음악 트렌드에도 조회가 깊은 그는 세계최대 음악 마켓인 미뎀(MIDEM) 등의 단골 연사이기도 하다. 빌리 코는 중국의 인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원 밀리언 스타`, `아시아 송 페스티벌`의 심사위원도 역임했다.
그에게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K팝 가수를 물으니 곧바로 “슈퍼주니어”라는 대답이 들어왔다. 빌리 코는 “신나는 댄스 음악에 맞춘듯한 완벽한 춤을 선보이는데 누가 싫어할 수 있겠냐”며 “소녀시대, 빅뱅, 엑소 등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K팝에 대한 이야기에 들어가자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K팝으로부터 배워야한다”며 K팝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어 “배워야 할 점은 K팝의 노래나 댄스가 아니라 태도”라며 “한국은 음반을 발표할 때 노래나 퍼포먼스를 완벽한 수준으로 만든다. 그런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K팝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음악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빌리 코의 생각이 궁금했다.
“K팝과 C팝 모두 일본의 J팝에서 시작됐어요. 그러나 K팝은 J팝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죠.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진출을 바라본 거죠.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려면 언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했어요. 그래서 댄스라는 장르를 선택한 거죠. 댄스 음악은 언어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거든요.”
댄스 음악과 달리 발라드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통해 전 세계에 스며들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삽입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가 대표적 예. 이 두 트랙으로 K팝이 세계에 진출했다는 것이 빌리 코의 설명이다.
빌리 코는 현재 K팝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하루빨리 다른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K팝의 발전단계를 3단계로 구분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보아와 비를 주축으로 일본을 공략한 게 K팝의 1단계에요. 그 후 로봇 같은 춤을 추는 보이밴드·걸그룹을 내세워 세계로 나아갔죠, 이를 따라 할 수 없는 서구에서는 환호했습니다. 이것이 2단계로,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빅뱅이 그 단계에 해당해요. 현재 K팝은 3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2.9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빌리 코는 이어 “그러나 팬들은 똑같은 K팝 음악에 점점 식상해하고 있다”며 “성형 때문인지 걸그룹 외모도 점점 비슷해지고, K팝 곡 인기도 금방 시들해진다. 곧다른 곡이 대체해 버린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K팝이 2단계를 넘어 3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그는 3년 전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홍대에서 접했던 소규모 재즈, 록 공연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댄스에서 벗어난 장르 다변화가 우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현지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K팝은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 언어라는 장벽이 있기 때문에 감정이 전해지기 위해선 현지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K팝이 3단계에 도약하기 위해선 서구보다는 중국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빌리 코는 “중국 13억 인구의 30%만 K팝을 들어도 전 세계 음악시장을 점령할 수 있다”며 “대신 중국 팬들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