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무더위가 점점 기세를 높여가던 8월 초 북한군에 의해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 목함지뢰의 폭발로 우리의 젊은 병사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다. 비록 사건이 발생된 시점보다 일주일이나 지나서 국민들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이때부터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도 점차 높아져 급기야 북이 그토록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북방송이 재개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후 우리 측의 대북방송장비를 향해 발사된 북의 포격과 이에 맞대응한 우리 군의 포격으로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다행히 장시간의 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린 듯하다.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 흥미로운 장면이 몇 가지 있다. 예전 같으면 어김없이 `사재기`열풍이 휩쓸고 지나갔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단다. 워낙 여러 번 반복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젠 `양치기 소년`처럼 무감각해져 버린 탓인지 모를 일이나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한 대응이 사뭇 흥미롭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과 남남갈등이 예전처럼 첨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권 일부에서,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전혀 그런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무슨 일인지 쉽게 불씨를 살리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부분은 20대 청년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이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총 88명의 병사들이 전역을 연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수의 예비역 젊은이들이 소집에 응할 의지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러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북으로 하여금 예전과 다른 대응 자세와 회담 태도를 보이게 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여하튼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더더욱 절실함을 느낀 것이 통일의 필요성이고, 그러기 위해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평화 교육의 절심함이다. `통일은 대박`이라 말한 대통령의 의지는 차치하더라도 통일에 대한 건전한 담론과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는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일방향적 통일교육이 아닌 평화의식에 바탕을 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쌍방향적이고 심화된 통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분과별로 통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중에서도 국민들의 통일의식과 평화의식을 성숙시키기 위한 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
초중등교육과정에서는 나름의 통일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교육부 주관의 `통일교육주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통일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은 초중등과정에서만 다루어질 성질은 아니다. 대학교육과 시민교육에도 그에 합당한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몇몇 대학들도 통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분단의 역사와 통일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 등을 고민해보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된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통일교육을 시작했다. 한국의 어느 대학도 시도치 않은 통일·평화교육을 올해 입학한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경북 문경시에 문을 연 학교 연수원을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으로 명명한 후 매주 15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3박 4일 동안 진행하고 있는 통일교육은 학생들 스스로에게 미래 통일 한국의 비전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언제쯤 통일의 그날이 올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다수의 국민들은 기도한다. 그 과정 속에서 또 이번과 같은 아프고 두려운 경험을 몇 차례나 더 겪어야 할런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숙한 평화교육을 바탕으로 통일의 그날을 하루하루 준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